[기자의 눈]권순활/지구촌의 「증시파동」

  • 입력 1997년 10월 30일 19시 46분


지난 월요일 전세계 증권시장이 대혼란을 겪었던 일은 국경 개념이 경제분야에서 얼마나 비중이 낮아졌는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주가의 동반폭락으로 홍콩과 뉴욕 시드니의 증권시장 딜러나 투자자가 모두 국적과 피부색 차이에 관계없이 동일한 표정으로 망연자실해 하는 외신 사진의 모습은 「지구촌 가족」이라는 표현을 실감케 했다. 홍콩에서 촉발한 국제증시 위기는 뉴욕증시의 기록적인 주가 급락으로 금융공황의 우려를 낳게 했다. 세계증시가 일단 안도감을 찾게 만든 결정적인 요인도 28일의 뉴욕증시 회복이었다. 증시파동중 일본에서도 증시 관계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운 것은 해외증시 동향이었다. 일본내의 경제적 조건은 최소한 며칠간은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언론들은 시시각각 해외증시 움직임을 먼저 소개한 뒤 일본 상황을 보도했다. 해외증시의 움직임이 일본증시의 미래를 점치는 나침반이 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세계증시의 도미노현상은 단순한 심리적 차원만은 아니다. 미국 증시가 붕괴할 경우 앞으로 대미 수출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경제적 판단이 깔려 있다. 홍콩을 비롯한 동남아 증시 침체 역시 현지에 투자한 외국 기업들에 필연적으로 악영향을 미친다. 자본주의와 공산주의가 대립했던 냉전시대와는 달리 구소련의 붕괴와 중국의 시장경제 채택은 지구적 차원의 경제적 상호의존관계를 더욱 심화시켰다. 이제 해외 동향에 영향을 받지 않는 국가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증권시장과 외환시장은 주말을 제외하고는 24시간 내내 어디에서인가는 열리고 있다는 점에서 직접적으로 연쇄반응을 일으킨다. 이번 증시파동에서 드러난 경제 도미노 현상은 국가든 기업이든 개인이든 과거 국가중심주의적 시각에서 벗어나 세계적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점을 일깨워 준다. 「우물안 개구리」식의 사고방식으로는 달라진 세계에서 경쟁력을 갖기가 참으로 어렵다는 점을 새삼 깨닫게 된다. 권순활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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