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 시리즈」<디자인하우스 펴냄>
미술관에 갔을 때 당혹감을 느낀적이 있을 것이다.
왜 저 그림이 대작이라는 건지, 그 작품이 담고 있는 의미는 무엇인지. 궁극적으로는 관객의 개별적인 해석과 감동이 중요하지만 명화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어느정도의 지식이 필요하다.
역사와 문화적 전통이 다른 서양 고전 명화를 감상할 때는 더욱 그렇다.
풍부한 신화와 전설, 전통속에 구축돼온 독특한 상징과 기호체계가 그림속에 용해돼 있기 때문이다.
디자인 하우스가 영국 출판사 돌링 킨더슬리(DK)와 공동제작한 「명화 이야기 시리즈」는 작품을 「읽는」 구체적인 정보를 전한다.
「그림으로 읽는 그림 이야기」 「명화이야기」를 비롯, 「르네상스」 「인상주의」 「후기인상주의」 「조각」 「색채」 「고흐」 「고갱」 「고야」 「마네」 「모네」로 구성됐다.
미술사가 로버트 커밍이 엮은 「그림으로 읽는 그림 이야기」는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부터 피카소의 「게르니카」에 이르기까지 걸작품 45점을 다루고 있다.
회화사의 의의, 배경 신화에서부터 구성, 색채분석, 디테일과 「전체」의 상응, 붓터치와 표현방식, 작업과정의 일화 등등을 차곡차곡 짚어간다.
이 책은 커다란 지면위에 그림을 싣고 그 곁의 여백에 장면장면에 대한 풀이를 곁들였다.
티치아노의 「바쿠스와 아리아드네」(1523), 보슈의 「열락의 정원」(1500), 제리코의 「메뒤즈호의 뗏목」(1819) 등 난해한 작품들도 퀴즈 풀듯 재미있게 소개하고 있다.
「바쿠스…」는 연인에게 버림받고 해변을 거닐던 아리아드네가 미래의 남편인 술의 신 바쿠스를 만나는 장면.
치타가 끄는 마차, 송아지 머리를 끌고가는 요정, 춤추고 노래하며 추파를 던지는 남녀, 취한 술주정뱅이, 버려진 술잔 등.
언뜻 만화경처럼 이어지는 다양한 형상이 어지럽게만 느껴진다.
바쿠스 뒤에는 무녀와 요정의 무리가 따랐으며, 난잡한 성교를 즐겼고, 송아지고기를 날로 나누어 먹었으며, 표범이 끄는 마차를 타고 다녔다는 신화풀이에 이르러서야 실타래같이 얽힌 상징과 서사구조가 명쾌하게 풀린다.
신화속 표범을 치타로 바꾼 화가의 재량, 구석에 버려진 술잔속에 슬쩍 사인을 새긴 작가의 재치, 화면의 제일 뒤쪽에 잠든 주정뱅이가 실은 바쿠스의 양아버지라는 사실 등 놓치기 쉬운 부분도 자상하게 일러준다.
인간욕정의 파멸을 그린 「열락의 정원」에서 과일과 악기가 성교를 상징한다든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제리코의 「메뒤즈호의 뗏목」에 등장하는 피묻은 도끼가 굶주려 인육을 먹은 일을 표현한다든지 하는 작품 해석은 후련함마저 느끼게 한다.
〈이원홍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