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낮 부천시내에 일이 있어 3번 시내버스를 탔다.
한 정류장을 지났는데 어떤 청년이 버스표를 구하지 못한 채 차를 탄 모양이었다.
나도 때로는 정류장에 버스표 판매소도 없고 잔돈마저 없어 난감한 경험이 있다. 청년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였는지 자리에 앉지도 못한 채 쩔쩔매고 있었다. 버스요금을 내기 위해 주머니를 모두 뒤져 동전을 모아봐도 4백원이 되지 않았던지 1천원짜리 지폐를 하나 꺼내더니 요금함 속에 넣었다. 잔돈을 거슬러주는 장치가 없으니 6백원을 손해보고 만 셈이다.
그런데 웬일일까. 기사가 버스표매표소 앞의 정류장에 차를 세우더니 요금함에 걸려 있는 지폐를 꺼내 청년에게 건네주며 빨리 버스표를 사오라는 게 아닌가. 청년은 재빨리 버스표를 사서 넣고는 몇번이고 고맙다는 말을 했다. 한가한 낮시간이었으니 타고 있던 승객들도 모두 흐뭇한 표정이었다. 버스회사도 청년도 손해보지 않도록 한 기사의 자상함과 친절이 보기에도 좋았다.
채순애(경기 부천시 오정구 원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