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수원으로 사용되는 전국 호소(湖沼)의 60%가 축산폐수 등 영양물질로 심하게 오염되었다는 조사결과는 충격적이다. 국립환경연구원은 전국 61개 호소의 클로로필a 농도가 94년부터 급격하게 높아져 선진국 기준을 두배 이상 초과한 곳이 60%나 된다고 밝혔다. 녹조발생지표인 클로로필a 농도가 이처럼 높아가는 데도 환경부는 오히려 눈가림으로 녹조주의보 발령기준을 완화하려는 움직임이라고 한다. 수질관리실태도 그렇거니와 관리자세부터가 한심하기 짝이 없다.
클로로필a는 수초나 조류의 세포속에 들어있는 엽록소로 이 농도가 높다는 것은 물 속에 질소와 인 유기물 등 영양물질이 많이 녹아 있어 미생물과 조류가 그것을 먹고 번지고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상태가 오래 계속되면 미생물과 조류가 필요로 하는 산소량이 모자라 물이 썩게 마련이다. 식수원인 호소의 물이 이처럼 썩어가도록 수질관리기관인 환경부는 그동안 무얼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호소에 조류가 번지기 시작하면 여름 기온이 높을 때는 맹독성 물질을 내놓는 남조류까지 번식하고 정수과정에서도 그 독소가 걸러지지 않는다고 한다. 그럴 경우 간경화 같은 질환을 일으키는 것은 물론 독소 자체가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것이 학계의 주장이다. 이같은 남조류는 이미 지난해 팔당 대청 소양호 등에서 관찰되었고 올해엔 안동 임하 운문댐과 낙동강하구호 등에서도 발생했다는 기록이다. 그로 인한 주민의 건강위해를 생각하면 환경당국의 책임을 묻기에 앞서 아찔하다.
그러나 환경부는 책임을 지기는커녕 책임회피에 급급해하는 움직임이다. 수도권주민의 식수원인 팔당호에 녹조주의보를 발령했는데도 석달이 넘도록 녹조가 번지고 대청호의 녹조발생이 뒤늦게 알려지자 환경부는 엉뚱하게도 녹조발령기준을 완화하는 문제를 검토중이라고 밝히고 있다. 녹조주의보 발령기준은 지난해 대청호를 대상으로 시범운영을 마친 뒤 설정한 것이고 선진국들은 클로로필a 허용기준을 우리의 녹조경보발령기준보다 훨씬 낮게 설정해 운영하고 있다. 그렇다면 환경부의 녹조발령기준 완화움직임은 책임회피를 위한 것으로밖에 달리 보기 어렵다. 환경관리지표부터 이처럼 편할대로 늘렸다 줄였다 하는 관리자세라면 국민이 무얼 믿고 물을 마실 수 있을지 걱정이다.
환경기준은 엄할수록 좋다. 환경보전책임이 무거워지는 시대조류를 생각할 때 환경기준은 언젠가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해가야 한다. 전국 호소의 부영양화(富營養化)는 상류 지천으로 흘러드는 축산 농업 생활폐수의 단말처리가 제대로 안되고 있기 때문이다. 부영양물질 이외에 중금속이 섞인 공장폐수의 위험은 더 크다. 환경부는 폐수처리시설의 가동감시 등 본연의 의무를 다했는지부터 점검하고 스스로의 책임부터 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