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법은 「만능의 해결사」 아니다

  • 입력 1997년 10월 27일 19시 40분


▼흡연자들은 어딜 가나 구박을 받는 세태지만 요즘 입이 잔뜩 나왔다. 산림청이 모든 산을 금연구역으로 묶어버렸기 때문이다. 개정 산림법에 따르면 산에서 성냥과 라이터를 소지하고 있거나 담배를 피우다 들키면 과태료 30만원이다. 그러나 시행 초부터 이 법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수많은 등산로 입구에서 등산객들의 주머니를 일일이 뒤질 수 없는 노릇이니 처음부터 실효성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법이 아니다 ▼간접흡연의 폐해가 확실한 사무실 금연과도 다르다. 탁 트인 공간에서 흡연구역도 일절 없이 담배를 못 피우게 한 것은 흡연자 입산금지법이나 마찬가지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덜컥 법만 만들어 내놓으니 국립공원관리공단 직원들조차 새로운 법의 내용을 모르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형평에도 맞지 않는다. 산에서 불을 피워 밥을 지으면 과태료 20만원이고 담배를 피우면 30만원이다 ▼서울시는 지하철 전동차의 노약자 장애인석에 일반 승객들의 착석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출퇴근시에는 몸을 움직이기조차 힘겨울만큼 혼잡하고 일부 구간에 「푸시맨」이 남아 있는 형편에 차량마다 열두자리씩 공간을 비워두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노약자와 장애인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것은 법규 이전에 우리 사회의 미풍양속이다. 버젓이 노약자 자리를 차지하고서도 노약자를 못본척 눈 감고 있는 승객들에게만 양보를 강제하는 제도를 만들면 된다 ▼혼잡한 지하철 전동차 안에서 성추행이 문제가 되자 일부 구간에 여성 전용칸이 만들어졌지만 지금은 여성 전용칸에 타고 있는 사람들조차 그것을 모르고 있을 만큼 유명무실하다. 법은 만능의 해결사가 아니다. 근본적인 원인을 고치지 않고 탁상공론으로 법만 자꾸 만들어내면 지켜지지도 않고 법의 권위만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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