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천재」 이종범. 타격과 수비, 주루 등 야구선수로서 갖추어야할 모든 조건을 완비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 별명은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결코 지나친 수사가 아님이 입증됐다.
3회초 2사후 볼넷을 골라 출루한 뒤 2루 도루,이어 장성호까지 볼넷. 이종범의 천재성이 드러난 것은 바로 이때부터였다.
김용수의 승부구인 포크볼이 바운드될 확률이 높은 점을 간파하고 있었던 이종범은 마지막 네번째 볼이 원바운드된 틈을 놓치지 않고 다시 3루로 달렸다.
최훈재의 오른쪽 짧은 안타때 해태가 선취점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이종범의 뛰어난 주루플레이 덕분이다.
5회 홈런도 이종범의 천재성이 낳은 결과. 전타석때 그를 출루시켜 실점까지 한 것이 부담스러웠던 김용수는 볼카운트 원볼에서 스트라이크를 잡기 위해 가운데 슬라이더를 던졌다.
그러나 이미 상대투수의 심리를 꿰뚫어보고 있던 이종범은 기다렸다는 듯이 방망이를 휘둘러 왼쪽 담을 넘기는 솔로아치를 그려냈다.
8회 2사후 해태 장성호의 왼쪽 안타가 2타점 적시타로 연결된 것도 앞서 빠른 발로 야수선택을 만들어낸 이종범의 플레이에서 비롯됐다.
야구는 9명이 하는 경기. 그런데도 스타플레이어가 중요한 이유는 바로 이런데 있다.
장호연〈야구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