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526)

  • 입력 1997년 10월 15일 07시 51분


제9화 악처에게 쫓기는 남편 〈52〉 한편, 왕의 충성된 신하들은 그날 밤, 대신이 왕과 부마를 처단한 것이나, 혼례식도 치르지 않고 두냐 공주에게로 신방을 치르러 간 것에 대하여 분노를 감추지 못하여 이를 갈며 밤을 지새웠다. 그들은 알현실에 모여 회교 장로를 비난하였다. 『당신은 왜 그 사악한 대신이 왕좌에 앉는 것을 반대하지 않았소? 당신은 왜 그놈이 공주님 방에 들어가는 것을 말리지 않았소? 그놈은 이단자로서 알 이슬람의 법도를 헌신짝처럼 내팽개쳤는데도 말이오?』 그러자 장로는 고통스런 표정으로 말했다. 『여러분, 제발 고정하십시오. 그 역적놈이 왕좌에 앉는 것을 저지하지 못한 것은 물론 내 잘못입니다. 그 이단자가 공주님 방에 들어가는 것을 말리지 못한 것도 내 잘못입니다. 그러나 나도 어쩔 수 없었답니다. 그자가 마법의 반지를 가지고 있는 이상 나 혼자 어떻게 당할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전능하신 알라께서는 조만간 그 무엄한 자를 벌하실 것입니다. 알라의 벌이 그자의 머리 위에 떨어질 때까지 우리는 잠자코 기다릴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들이 한참 이런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을 때 뜻밖에도 왕과 부마가 알현실 안으로 들어서는 게 아니겠는가? 그 모습을 보자 사람들은 탄성을 질렀다. 다시 옥좌에 앉은 왕은 그동안 있었던 사건의 자초지종을 신하들에게 모두 이야기해주었다. 왕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신하들은 두냐 공주의 그 영특함에 찬사를 아끼지 않는 한편, 그 사악한 대신에게 알라의 저주 있으라고 소리쳤다. 사건의 자초지종을 소상히 신하들에게 밝힌 왕은 지하 감옥에 갇혀 있는 대신을 끌어내게 했다. 대신이 왕 앞으로 끌려가는 동안 사람들은 그를 저주하기도 하고 욕을 하기도 하였다. 대신이 자기 앞에 끌려오자 왕은 이 세상에서도 가장 끔찍한 방법으로 대신을 처형하라고 명령했다. 그리하여 신하들은 대신을 불에 태워 죽였다. 처형식이 끝나자 왕은 온 도성을 아름답게 장식하라고 분부했다. 그리고 자신의 보물 창고를 열어 금은을 모두 가난한 백성들에게 나누어주라고 지시했다. 탐욕스럽기만 했던 왕은 그 사이에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해 있었던 것이다. 그 뒤 왕은 마루프를 내무대신으로 책봉했다. 그리고 오 년 동안 더없는 선정을 베풀었다. 그리하여 나라 안은 태평성대가 계속되었다. 오 년이 지나자 왕은 알라의 부름을 받고 세상을 떠났다. 왕이 죽자 두냐 공주는 자신의 남편을 국왕으로 추대했다. 그러나 그때까지만 해도 공주는 마법의 반지를 남편에게 주지 않았다. 왕비가 된 두냐 공주는 그후 마루프의 씨를 받아 보름달처럼 아름다운 아들 하나를 낳았다. 공주는 그 아이를 금이야 옥이야 소중하게 키웠다. 그러나 그 아이가 다섯 살이 되던 해 봄, 착한 왕비는 불행하게도 죽을 병에 걸리고 말았다. 병상에 누운 왕비는 남편을 불러놓고 말했다. 『여보, 아무래도 저는 무거운 병에 걸린 것 같아요. 아마도 저는 살아나지 못할 것 같아요』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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