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과이로 이민온지 15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첫째 둘째딸은 당시 열살, 여섯살이었는데 벌써 대학생이 되어 의대에 재학중이다. 셋째딸은 올해 18세이고 막내인 아들은 이곳에서 낳았다.
고교 2학년인 셋째딸 지경이는 아주 활달한 성격이라 학교에서도 인기가 높아 학생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중고자동차를 중개하는 남편의 사업이 괜찮은 편이어서 아직 큰 돈은 벌지 못했지만 그런대로 여유는 있다.
그렇지만 우리 부부는 자식들에게 용돈 한번 여유있게 주지 않았다. 항상 쓸만큼만 주고 집에서는 아이들이 집안일을 돕도록 엄하게 가르쳤다.
지경이는 지난 여름 햄버거체인점에서 한달동안 아르바이트를 해 6만과라니(25만원 상당)를 벌었다며 자랑했다.
지경이는 이 돈으로 그동안 갖고 싶었던 청바지와 신발을 사고 아빠에게 최신 운동화 한켤레를, 언니들에게는 CD를 한장씩 선물했다. 남은 돈은 내게 맡겼다.
마냥 어린줄만 알았는데 어른스런 행동을 하는 것을 보니 기특한 생각이 들었다.
파라과이는 빈부차가 심해 상류층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엄청난 부를 향유하고 있는 반면 서민들은 간신히 의식주나 해결할 수 있을 정도의 생활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잘사는 사람들도 자식들에게 방학때는 일자리를 찾아 자기 용돈정도는 벌도록 한다.
돈이 궁해서가 아니라 돈의 중요성을 가르치고 자립심을 키워주기 위해서다. 물론 경제발전이 안된 나라에서 어른들도 직업을 갖는 것이 쉽지않은데 학생들이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는다는 게 쉽지는 않다.
자식들에게 『공부만 열심히 하라』고 강조하는 한국 학부모들이 한번쯤 눈여겨볼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