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신선영/버스탄 시각장애인에 『개태우지 말라』

  • 입력 1997년 10월 10일 08시 03분


지난 1일밤 강남역에서 탄 28번 버스가 옥수동에 닿았을 때였다. 버스기사의 언성이 갑자기 높아졌다. 안내견을 앞세우고 막 버스에 오른 시각장애 승객에게 내리라고 고함을 쳤다. 30분이 넘도록 버스를 기다렸다며 사정했지만 기사는 막무가내였다. 『사람만 태우지 개는 태우지 않는다』는 얘기였다. 참다못해 승객들이 부탁했더니 기사는 아예 시동을 꺼버렸다. 개를 데리고 내리지 않으면 못가겠다는 으름장이었다. 더욱 기가찬 광경이 이어졌다. 어떤 아주머니가 나서더니 그 장애인에게 『아줌마 때문에 차가 못가니 내려주세요』 하는게 아닌가. 승객들의 계속된 부탁으로 기사는 다시 운행을 시작했고 그 장애인은 무사히 버스를 탈 수 있었다. 만약 승객들마저 기사와 같은 태도를 보였다면 어땠을까. 단지 장애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거리에서 밤을 지새워야 했을 것이다. 제도개선과 복지시설 확충도 시급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적인 관심이다. 아무려면 사람이 안내견보다 못한 존재일 수야 있겠는가. 신선영(서울 성북구 안암동5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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