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위성시대]日 위성방송3社 전파전쟁

  • 입력 1997년 10월 10일 08시 03분


서울과 동경에서 함께 올려볼 수 있는 푸른 하늘. 그러나 그너머 정지궤도에 있는 일본의 위성들은 불꽃튀는 방송전쟁을 실행하고 있거나 준비중이다. 이미 한국에서 NHK 위성 방송을 보는 일은 아무 것도 아니다. 법적 근거는 없지만 케이블 TV 등을 통해 아무 제재없이 즐길 수 있다. 월드컵축구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전도 국내방송 MBC뿐만 아니라 NHK 위성방송을 통하면 상대국들의 전력을 입체적으로 점검할 수 있다. 그만큼 일본 위성방송이 한국의 안방에 들어앉은 셈이다. 그런 일본이 현재 또다른 위성방송 전쟁중이다. 통신위성(CS)을 통한 디지털 위성방송. 이는 방송위성(BS)으로 아날로그 전파를 쏘는 NHK나 와우와우(WOWOW)와는 채널수 시청권역 등에서 크게 다르다. 96년10월 개국한 일본의 첫 디지털 위성방송 퍼펙TV의 채널수는 무려 82개. 이달말에는 1백개가 된다. 이에 비해 NHK 위성방송의 채널은 단 두개. 일본의 디지털 위성방송전은 퍼펙TV와 디렉TV―저팬, JskyB가 벌이고 있다. 일본위성방송의 지형도를 바꿀 3개사의 채널을 합치면 모두 3백50여개. 수신 설비만 있으면 한국에서도 볼 수 있다. 그야말로 보이지 않는 하늘에서 가공할 만한 융단 폭격이 내려올 참이다. 퍼펙TV는 미쓰이 등 일본의 대형 종합상사와 통신위성 운영사인 JSS 등이 공동출자했다. 8월말 현재 38만6천가구가 가입돼 있다. 사이토 야스히로 판촉부본부장 겸 홍보실장은 『일본의 위성 방송이 자리잡는 속도가 미국보다 훨씬 빠르다』고 말하고 있다. 다채널을 내세운 퍼펙TV의 특성은 방송의 세분화 및 전문화. 영화 17개, 음악 7개, 스포츠 6개 채널 등이 있으며 최근에는 포르노를 내보내는 성인 채널도 3개나 생겼다. 사이토실장은 『채널전문화 시대의 시청자들은 선호하는 프로를 보는 것을 넘어 그 채널을 자기만 소유한다고 믿고 있다』며 일부의 「채널 과잉」우려를 일축했다. 채널 전문화는 21세기 방송을 미리 짐작할 수 있는 가늠자다. 전문TV는 마치 수많은 종류의 잡지를 보는 듯하다. 수려한 경관과 클래식만을 내보내는 환경 TV를 보고 있으면 「이것이 과연 방송인가」라는 의문이 들 정도. 뮤지컬이나 연극 프로를 방영하는 시어터(Theater)채널의 인원은 불과 5,6명이다. 수백명씩의 제작인원이 필요한 기존 방송사 시각에서 보면 「개념파괴」다. 영화 70만∼80만 가구, 전문채널은 2만∼3만 가구면 손익 분기점을 간단히 넘을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특히 전문 채널의 이같은 가입가구는 공중파 시청률로 따지면 한자릿수도 안되는 것이다. 공중파 채널로 보면 「폐지 0순위」겠지만 시어터 채널처럼 투자 비용이 적기 때문에 채산성이 있다. 80여만 재일교포를 겨냥한 한국어 채널도 3개 있었으나 이중 코리아비전은 프로의 수급난을 이유로 최근 면허를 반납했다. 퍼펙TV는 그러나 아직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적자폭은 방송 6개월만인 4월 현재 70억엔(약 5백25억원)이었고 지금은 1백억엔대에 이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특히 NHK위성방송 등 선발주자들의 가입 가구가 8백30여만에 이르기 때문에 가입자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전문가들은 퍼펙TV는 방송 4년뒤인 2000년에야 1백80만 가구를 확보, 손익분기점을 넘고 2003년경에나 누적 흑자를 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디렉TV―저팬은 미국디렉TV와 일본 최대 비디오 대여 체인인 쓰타야가 대주주다. 올 12월 방송예정. 채널은 91개로 이중 30개만이 새 것이고나머지는퍼펙TV나 공중파에서도 볼 수 있는 것이다. 디렉TV―저팬은 아시아 위성방송시장에 미국의 입김이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디렉TV―저팬은 편성권을 갖고 방영프로를 결정한다는 점에서 채널사업자의 집합체에 불과한 퍼펙TV와 크게 다르다. 미국정부가 디렉TV―저팬이 편성권을 갖도록 일본 정부측에 방송법의 탄력적 적용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 전쟁에서 유리한 미국이 TV 프로의 수출을 늘리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JskyB는 미디어재벌 루퍼트 머독과 재일교포 손정의씨가 손잡은 회사다. 내년 봄 1백50여개 채널을 내보낼 예정. JskyB는 그러나 8월 퍼펙 TV와 수신기 및 안테나를 함께 사용하는 데 합의, 두 회사간의 합병설도 나오고 있다. 기존 NHK와 와우와우는 이같은 디지털 위성방송의 추격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2백30여만 가입가구를 가진 와우와우는 퍼펙TV이후 해약률이 올라갔다. 이들 기존 아날로그 위성방송은 2000년까지 디지털화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일본의 위성방송은 방송법상 일본 국내방송에 속한다. 그러나 우주에서 내리쏘는 특성상 한국과 대만까지 가시청권역에 든다. 이 때문에 일본은 『한국으로부터 NHK 위성방송 수신료를 받아야 한다』며 우리정부에 간접적으로 의사를 타진하기도 했다. 일본은 한국만 겨냥하고 있지 않다. 이들은 아시아 위성방송시장의 맹주 자리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미 싱가포르의 JETV나 태국의 ABCN에는 일본 자본이 깊숙이 개입하고 있고 NHK도 세계를 대상으로 해외위성방송을 실시중이다. 일본의 이같은 위성방송 폭격에 비해 한국은 어떤가. 속수무책이다. 무궁화 위성을 통한 채널이 겨우 4개. 그것도 근거법이 없어 「실용화 시험국」이라는 임시 형태를 취하고 있다. 디지털 전파 공세에 대비한 우산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동경〓허 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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