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 뒤안길]박제균/정치엔 천재가 없다

  • 입력 1997년 10월 3일 19시 57분


신한국당 이한동(李漢東)대표가 「정치천재 부재론」을 제기, 당내에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이대표는 2일 사무처직원 월례조회에서 『나는 81년 정치에 입문해 17년 동안 정치를 해왔다. 정치에는 천재(天才)가 없다. 경험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대표는 『이 자리에 우리당을 위해 10년, 20년씩 일한 분들이 있는데 그분들의 경험은 보배같은 것』이라고 사무처직원들을 격려했다. 이런 이대표의 발언에 대해 이회창(李會昌)총재 측근들은 대부분 마뜩치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겉으로는 사무처직원들을 격려하는 말같지만 자신의 17년 경험을 강조함으로써 정치에 입문한지 1년반밖에 안되는 이총재를 은근히 깎아내린 것 아니냐』는 분위기였다. 이총재 측근은 또 이대표가 조회에서 『경선이 민주적이기는 하나 이렇게 해서는 안된다는 자성을 했다』고 말한 것을 두고도 이번 경선을 「민주주의의 승리」라고 극찬해온 이총재의 입장과 다르다고 볼멘 소리를 했다. 그러나 이대표측은 『월례조회에서 「이총재를 청와대로 보내야 한다」는 얘기를 했고 방송인터뷰에서도 「후보교체론은 온당치 않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며 「생사람 잡지 말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대표측은 또 『이대표가 취임하기 전부터 당내 비주류를 끌어안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은 곧 이총재를 위한 것이 아니냐』며 『뭔가 열심히 해 보려고 하는데 발목을 잡아서는 안될 것』이라며 불쾌해 했다. 「정치천재 부재론」을 둘러싼 설왕설래(說往說來)는 신한국당내 각 정파의 「화학적 결합」이 쉽지 않음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고 할 수 있다. 〈박제균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