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514)

  • 입력 1997년 10월 2일 19시 55분


제9화 악처에게 쫓기는 남편 〈40〉 왕은 편지를 받아 펼쳐보았다. 거기에는 이렇게 씌어져 있었다. 『세상에 둘도 없이 사랑하는 제 아내의 아버님, 영예 높은 임금님께 인사를 드리며, 아뢰올 말씀은 짐꾼 일대가 마침내 도성 가까이에 도착하였으니 군사를 거느리시고 부디 마중을 나와 주십사 하는 것입니다』 편지를 읽고 난 왕은 기쁨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여봐라, 대신. 네놈의 얼굴이 까맣게 타버려라! 네놈은 대체 몇 번이나 나의 사위를 사기꾼이니 허풍쟁이니 하고 헐뜯었던가? 자, 똑똑히 봐라! 사위가 짐꾼 일대를 거느리고 돌아온다고 하지 않느냐? 그대 같은 사람을 두고 뭐라고 하는지 아는가? 간신이라고 한다』 대신은 너무나 부끄러워 견딜 수가 없었던지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을 한 채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 기어들어가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 인자하신 임금님. 제가그런말씀을드렸던 것은 다만 짐이 너무나 늦게 도착했기 때문입니다. 부마께서 써버린 임금님의 재물을 되찾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충정된 마음에서였을 뿐입니다』 『시끄럽다! 나의 재물이 어쨌다는 거냐? 이제 짐이 도착하였으니 사위는 곱으로 갚아줄 것이다. 사람을 그리도 믿지 못하고 어찌 나라일을 볼 수 있겠느냐?』 왕은 이렇게 소리치고는 신하들을 시켜 도성을 아름답게 장식하라고 명령했다. 그리고 그 길로 공주에게로 달려가 말했다. 『오, 내 귀여운 딸아. 기쁜 소식이 왔다! 네 남편이 짐을 가지고 곧 돌아온단다. 친절하게도 그는 전령을 시켜 편지를 보내왔다. 나는 이제 마중을 나가봐야겠다』 이 말을 들은 공주는 너무나 의아하여 속으로 중얼거렸다. 『참 이상한 일도 다 있다! 그이는 나를 놀려먹은 걸까? 나를 떠보기 위해서 그런 거짓말을 했던 것일까? 아니면 아버지가 뭔가 잘못 들으신 게 아닐까?』 그것이 비록 믿을 수 없는 헛소문이라 할지라도 남편이 돌아온다는 말에 공주는 기쁨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녀는 목욕을 하여 몸을 깨끗이 하고 옷을 갈아입는 등 남편을 맞을 준비를 하였다. 한편 왕의 신하들은 왕의 명령에 따라 도성을 장식하느라 분주했다. 왕의 신하들이 느닷없이 도성을 장식하는 걸 보고 기이하게 여긴 마루프의 옛 친구 아리는 사람들에게 물었다. 『왜 갑자기 도성을 장식하는 거요? 국가에 무슨 경축할만한 일이라도 생긴 거요?』 그러자 사람들이 말했다. 『부마이신 마루프 님의 짐이 마침내 도착하였답니다. 짐을 실은 당나귀와 짐꾼들의 수가 얼마나 많은지 전쟁에 승리를 거두고 돌아오는 부대 같대요』 이 말을 들은 아리는 믿어지지가 않는다는 표정으로 혼자 중얼거렸다. 『마루프의 짐이 도착한다고? 그게 대체 무슨 말인가? 마누라한테서 도망쳐 왔다가 오갈 데 없어 나한테 얹혀 살았던 알거지가 아니었던가? 그런 놈이 대체 어디서 그 엄청난 짐꾼들을 끌고 오는 것일까? 참 기가 막힌 놈이야』 그런데 다음 순간 아리는 무슨 생각을 했던지 혼자 고개를 끄덕였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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