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를 구입한 뒤 교육장을 찾았더니 상세하고도 친절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강사들의 의욕과잉 때문인지 컴퓨터회사의 교육방침 때문인지 몰라도 존대어를 마구 남발하는 데 있었다.
예를 들면 『화면 아래에 시작 버튼이 있으십니까』 『커서가 나타나셨나요』 『키보드에 시프트키는 어디 있으세요』 『도형틀이 뜨셨나요』 등이다. 주말반을 신청했던 나는 토 일요일 9시간 동안이나 엉터리 존대어의 홍수 속에 앉아 있느라고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게다가 칠판에 「부팅이 않된다」고 맞춤법도 틀리게 써놓더니 『앞으로 전원을 켠다고 하지 마시고 부팅시킨다고 하세요. 그래야 격이 높아 보입니다』고 하는 게 아닌가. 국어오염에다 문화사대주의 보급까지….
강사의 개인적인 취향이겠지 자위하며 다른 강좌를 신청했는데 역시 마찬가지였다. 「맞춤법에 맞지 않더라도 최대한 고객을 존중한다는 느낌을 주라」는 교육방침이라도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었다. 특히 어린이 수강생도 많았는데 정확한 언어사용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이형란(서울 성동구 옥수2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