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인성교육현장]比 중학교 학생상담실에선…

  • 입력 1997년 9월 22일 07시 44분


고교생 10명 중 9명이 이성친구가 있을 정도로 청소년 이성교제가 자유로운 필리핀에서는 때이른 「열병」을 앓아 상담실을 찾는 청소년들이 많다. 라살대학 부속중학교(중고교 과정 4년제) 4학년 가르시아(18)는 5년 전 한 여자친구와 사랑에 빠졌다가 부모의 반대에 부닥쳐 두번이나 자살을 기도했었다. 그는 1학년 때부터 상담교사 만테스와 수십차례 대화를 한 결과 진정한 사랑과 올바른 이성교제를 위해서는 우선 자신부터 성숙해져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위기를 넘겼다. 그는 지금도 만테스를 친어머니처럼 따른다. 만테스는 『개인상담은 학생을 개방적으로 만들어 형식적인 이성교육보다 훨씬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며 『아이들을 믿어주고 이해해 주면 어떤 문제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특히 학생 30여명을 교육시켜 이성문제 등으로 고민하는 친구들을 상대로 교사에 앞서 먼저 대화하게 하는 「동료 상담제도」를 운영하고 있어 흥미를 끈다. 학교측은 신입생 중 성적이 우수하고 이해심이 많은 학생 10여명을 담임교사와 학생들의 추천을 받아 선발, 여름방학 한달 동안 상담교육을 시킨 뒤 졸업 때까지 고민에 빠진 친구들을 돕도록 한다. 3년간 상담활동을 해온 로사리오(16)는 친구들 사이에서 「라살의 천사」라고 불릴 정도로 인기가 높다. 그가 정기적으로 「관리」하는 친구만도 50여명에 이른다. 사귀던 여자친구와 관계가 나빠졌거나 사춘기의 생리적 현상으로 고민하는 학생들은 상담교사를 찾아가기보다 친구인 그에게 속마음을 털어놓는 것이 더 마음 편하기 때문이다. 로사리오는 『고민을 자상하게 들어주는 것이 가장 큰 도움이라고 생각한다』며 『친구들도 마음을 털어놓고 나면 스스로 마음을 정리하고 해결방법을 찾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마닐라〓신석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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