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주택]이상연/일산 마두동 22블록 단독주택

  • 입력 1997년 9월 22일 07시 44분


일산은 거대한 아파트군이 숲처럼 서있는 신도시이지만 그 한가운데 정발산을 둘러싼 단독주택지는 전원주택과 같은 친근한 느낌을 안겨준다. 나지막한 정발산이 아름다운 정원 역할을 하는데다 주택단지 곳곳에 작은 근린공원들이 있고 집마다 담이 없는 열린 공간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외국동화책에 나올 법한 그림 같은 집을 옮겨 놓은 듯한 목조주택에서부터 건축가의 개성이 강하게 드러나는 집들까지 다양성이 홍수를 이루고 있는 곳이 일산단독주택지이기도 하다. 그래서 전문가들에겐 무질서한 무국적의 도시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일산의 단독주택은 부동산 가치로만 인식돼 획일적으로 개발된 삭막한 아파트공간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사람들의 소박한 꿈을 담고 있다. 단독주택이 아파트와 다른 대목은 마당을 갖고 있다는 점과 건축주의 가족구성과 그 요구에 부응하는 공간으로 구성된다는 점일 것이다. 바로 이런 점들을 염두에 두고 일산 마두동 22블록의 단독주택은 설계됐다. 주택의 외양은 절제된 선과 면으로 처리했다. 번거로운 장식과 유행을 배제한 단순함만이 오래도록 싫증을 느끼지 않게 하고 그곳에 사는 사람의 품격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한국의 전통건축은 옥외공간과 건축물과의 관계를 깊이 고려한다. 건물이 자리잡은 위치, 마당과 건물과의 관계 등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이다. 서양건축이 건물 그 자체에만 매달리는 것과는 큰 차이점이다. 생활양식의 변화로 전통주택에서 더이상 살 수 없게 됐지만 우리 선조들이 전통주택에서 마당을 다루는 정신은 존중돼야 한다고 본다. 일산 마두동 주택은 앞마당(정원)을 향해 열린 공간으로 설계됐다. 두 개의 벽이 커다란 격자창으로 이루어진 1층의 거실, 돔형의 천장을 지닌 2층의 서재는 물론이고 안방과 식당 계단까지도 마당을 바라보도록 했다. 거실 앞에는 낮은 툇마루를 두어 마당에 나와 가벼운 독서와 휴식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마당을 향해 열린 공간은 내부에도 그대로 적용돼 거실과 식당 서재를 서로 개방했다. 거실과 식당 사이에는 구조적으로 필요한 기둥만 있고 식당 상부를 개방, 2층 서재에서 식당을 볼 수 있게 한 것이다. 주인이 서재에서 책을 읽고 주부가 식사를 준비하는 시간에도 같은 공간에 함께 있는 느낌을 갖게 한 것은 부수적인 효과이기도 하다. 이상연<가람 이상연건축설계사무소 대표> ▼약력 △성균관대 건축과, 서울대 환경대학원 졸 △공간설계연구소 근무 △성균관대 홍익대 출강 △국전 문화공보부장관상 수상 △리비아 벵가지 시청사 설계 02―569―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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