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지구촌/아사히]정치인 人事경위 밝혀야

  • 입력 1997년 9월 21일 20시 28분


▼ 아사히신문 ▼ 유죄확정 정치인의 각료 기용으로 물의를 빚었던 사토 고코(佐藤孝行) 총무청장관이 사임하게 됐다. 정권의 동요가 일단 수습돼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郎)총리는 가슴을 쓸어내릴 것이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이것으로 모든 것이 정리됐다고 생각한다면 잘못이다. 수뢰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정치인을 각료, 더구나 정권의 최중요과제인 행정개혁을 담당하는 각료로 기용하는 비상식적인 결단을 한 것은 총리 자신이다. 그러한 행위가 국민의 정치불신을 얼마나 깊게 했고 국민과 정치권과의 거리를 넓혀 놓았는가. 총리로서의 자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총리가 사토를 기용하면서 『내가 내린 결론』이라고 뽐내듯 말한 것이 불과 얼마 전이다. 그러나 여론의 격렬한 반발에 직면하자 사토가 속한 와타나베파에 사토에 대한 설득공작을 부탁했다. 결과는 총리의 생각대로 됐다. 그렇다고 그의 책임이 줄어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총리는 기용에서 경질까지의 경위와 이를 어떻게 반성하고 있는지 국민들 앞에 밝혀야 한다. 뒤늦게 사토 사임을 주장한 가토 고이치(加藤紘一) 간사장 등 자민당 집행부나 무리하게 사토 기용을 고집한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전 총리, 「당선 횟수가 많으면 각료가 된다」는 자민당의 정치문화에 물든 야당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행정 및 재정개혁은 기다릴 수 없는 과제다. 그러나 아무리 개혁을 외쳐도 이를 수행하는 정치가가 여론의 신뢰를 받지 못하면 개혁은 진행되지 않는다. 국민은 지금보다 훨씬 냉정한 시선으로 지켜볼 것이다. 〈정리·동경〓권순활특파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