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지지율 변화에 울고 웃는 정치권의 모습은 추석 이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대선일까지 불과 3개월이 남았으니 각 후보 진영마다 미세한 민심의 변화에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바른 정책과 비전제시를 통해 민심을 얻겠다는 노력보다 경쟁후보를 끌어내림으로써 상대적으로 자신이 올라서겠다는 부정적 선거전략이 여전한 것은 큰 문제다.
어제 5인(人)대선후보 진영의 추석연휴후 첫 전략회의에서는 대부분 상대측 격파작전을 세우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그동안 추석민심 파악작업도 국민의 고충과 바람이 무엇인지를 읽기보다 누구의 지지율이 높고 낮으냐에만 온신경을 쏟았던 각 진영인만큼 이런 모습이 새삼스러울 것은 없다. 남이 못돼야 내가 잘된다는 놀부심리가 선거판세를 좌우하고 있으니 정책경쟁을 주문하는 것이 부질없다는 생각도 든다.
여론의 흐름에는 민감하지만 막상 국민이 바라는 건전한 정치는 외면하는 정치권의 행태는 바뀌어야 한다. 이번 추석 가족모임에서는 턱없이 높아진 물가와 취업난 등 민생의 어려움이 대화의 주종을 이루었다. 정치와 선거얘기도 물론 나왔으나 정치인들이 국민생활에 대한 걱정보다 권력싸움에만 몰두한다는 비판이 훨씬 더 컸다. 이런 여론을 정책에 반영해 지지율을 올릴 생각보다 남을 헐뜯는 선거전략만 생각하고 있으니 한심하다.
정기국회가 열려 있지만 의원들은 일손을 놓고 대선에 매달려 있다. 이미 고쳐놨어야 할 선거법 등 정치개혁법은 여야의 대선 득실(得失) 저울질에 밀려 도대체 언제 처리될지 기약조차 없다. 정치권이 경제와 민생은 외면하고 정치현안마저 당리당략의 볼모로 삼으면서 선거승리만 꿈꾸는 것은 정말 염치없는 일이다.
이제 대선주자들은 국민을 위해 일하고 표를 얻겠다는 바른 생각을 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치개혁입법부터 약속대로 이달 중에 마무리지을 것을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