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진도]씻김굿의 애절한 가락…남도풍류-멋 『물씬』

  • 입력 1997년 9월 12일 08시 15분


신비의 바닷길과 수려한 다도해가 보배로운 섬 진도. 남도의 서쪽 끝섬이었던 진도는 예부터 외적의 침입이 잦고 유배인이 많았다. 때문에 특유의 토속문화와 풍성한 섬문화가 잘 어우러진 곳이다. 진도에 가면 언제나 노래와 춤을 잊지 않고 자연을 즐길 줄 아는 진도사람들의 풍류와 삶의 체취가 느껴진다. 매주 토요일 진도문화의 전당인 향토문화회관에서 열리는 「토요 민속여행」이 있기 때문이다. 오후 5시부터 3시간가량 펼쳐지는 민속공연은 진도씻김굿과 다시래기 북춤 판소리 등으로 채워진다. 중요무형문화재 제72호인 씻김굿은 망자(亡者)가 이승에서 풀지 못한 한을 씻어주고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무속의식으로, 끊어질 듯 애절하게 이어지는 곡조는 79년 세계민속음악제에서 금상을 받았을 정도로 유명하다. 다시래기는 상가에서 출상 전날밤 상주와 그 가족을 위로하기 위해 사물반주에 맞춰 노래와 춤 재담으로 진행되는 일종의 가무극. 국내에서 유일하게 가무와 개인기가 곁들여진 민속극으로 중요무형문화재 제81호로 지정됐다. 이어지는 북춤은 다른 지방의 외북과 달리 양손에 북채를 쥐고 장구처럼 치기 때문에 멈춤과 이어짐이 민첩하고 춤사위 또한 크고 흥겹다. 공연이 무르익을 때면 진도 출신 국악인 신영희 이임례 박병천씨 등이 교대로 출연, 남도민요의 진수인 진도아리랑을 비롯해 들노래 닻배노래 엿타령 등을 부르며 관객들과 호흡을 맞춘다. 1박2일 일정으로 진도를 찾는다면 첫날 조선말 남종화의 대가인 소치 허유(小痴 許維)선생이 말년에 기거했던 운림산방과 고려 삼별초 배중손(裵仲孫)장군이 여몽연합군과 싸우다 최후를 마친 남도석성을 둘러볼 만하다. 〈진도〓정승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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