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의 창/암스테르담]최대희/여권분실등 잦아 『주의』

  • 입력 1997년 9월 9일 07시 57분


꽃과 풍차의 나라 네덜란드는 해마다 봄 여름이면 세계 곳곳에서 온 많은 관광객들로 붐빈다. 요즘도 암스테르담 일원의 유명 관광지는 네덜란드인지 한국인지 분간이 안될 정도로 한국 관광객이 많다. 그러나 이곳 여행업계는 올들어 한국 관광객이 지난해에 비해 3분의1 가량 줄었다고 울상이다. 아마도 우리 나라 경제사정이 반영됐기 때문이리라. 한국 관광객들은 암스테르담에서 시내관광이나 운하 보트투어, 풍차촌 관광을 마치면 다른 나라로 떠난다. 길어야 대개 1박이다. 여행객이 줄면 대사관의 걱정도 다소 줄 법한데 그렇지 않다. 여권분실 사고 때문이다. 올들어 8월초까지 분실건수는 56건으로 지난해의 총49건을 벌써 앞질렀다. 올해의 총 분실건수는 작년의 2배가 될 전망인데 이는 비단 네덜란드에만 한정된 현상은 아니라고 본다. 여권을 잃어버리면 당장 한국국적 보유자라는 사실을 증명할 길이 없어진다. 돈까지 잃으면 무일푼 고아가 된다. 공항수속을 마친 뒤 발밑을 보면 손가방이 통째로 없어지는 황당한 경우도 있다. 업계는 인솔자 없이 이뤄지는 소규모 여행이 늘어나면서 분실사고도 증가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분실자의 60∼70%가 학생들이다 보니 수긍이 간다. 분실신고를 받을 때마다 우리 나라 관광객들이 여행일정에는 관심이 많지만 여행중의 사고가능성에 대해서는 무심하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여권은 현금 이상으로 중요하다. 도난당하지 않으려면 스스로 주의하는 수밖에 없다. 중요한 소지품은 벨트색 등에 넣어 차고 다니는 편이 안전하다. 여비는 도난에 대비해 두세군데 나눠 소지하고 여권이나 신분증은 반드시 사본을 몇장 가지고 다녀야 최악의 상황을 면할 수 있다. 네덜란드의 경우 역 호텔 공항 등의 수속카운터와 복잡한 거리나 관광지, 열차나 전철안이 단골 도난장소다. 도둑은 거의 유색인이다. 집시족에게 둘러싸이면 물리적 충돌 없이는 빠져나오기 힘들다. 거리에서 아기를 안은 아주머니나 어린이도 경계대상이다. 동료가 물품을 지켜준다 해도 방심은 금물이다. 들고 튀는데는 별 재주가 없기 때문이다. 최대희(주네덜란드대사관 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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