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시원하다. 팔 아플텐데 그만해』
『아니에요. 이 쪽을 주물러 드릴까요』
오갈데 없는 일본군 위안부(정신대) 피해자 할머니들이 모여 사는 경기 광주군 퇴촌면 「나눔의 집」. 3일 오후 이 곳을 찾은 이다정(13·광주군 경화여중 1년) 충민(11·경안초등 5년)남매는 할머니들의 어깨를 주무르기에 바빴다. 할머니들은 서울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에서 있은 수요시위에 참석하고 돌아온 참이어서 남매의 고사리 같은 손이 큰 위안이 됐다. 엄마 지미현씨(43·광주읍 경안7리)는 『아이들과 함께 노인이나 장애인시설을 자주 찾는 편』이라며 흐뭇해 했다.
이 가족이 나눔의 집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재작년 봄 지씨가 충민이가 다니는 경안초등교 어머니회 회장을 맡으면서부터. 치맛바람을 일으킨다는 오해를 받을 우려가 있는 어머니회가 의미있는 일을 함으로써 이미지를 한번 쇄신해 보자고 시작한 것이 자원봉사였다. 지씨는 그해 어버이날을 앞두고 외로운 노인들을 찾아 나눔의 집까지 왔다가 「단골손님」이 됐다.
지씨는 나눔의 집에서 김장이나 경로잔치 등 큰 일이 있을 때마다 와서 거든다. 함께 온 아이들이 일손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사회의 무관심속에 인정이 그리운 할머니들은 오히려 아이들을 더 반기는 눈치다. 5년전 친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함께 살아서인지 아이들도 피해자 할머니들을 잘 따른다.
『아이들과 함께 소외된 이웃을 찾아 그들의 삶을 많이 보여주고 생각해보게 하려고 합니다. 특히 나눔의 집에서는 피해자 할머니들을 돕고 역사공부도 할 수 있어 일거양득이지요』
지씨는 자주 아이들에게 왜 할머니들이 이 곳에 살게 됐는지를 설명해준다. 그러면서 「우리나라가 과거 힘이 없어서 당한 것 아니냐, 힘을 길러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당부도 잊지 않는다.
충민이는 어렴풋하게나마 이해하는 것 같은 눈치고 다정이는 친구들에게 아는 척하며 자랑하는 수준이다.
지씨는 얼마전 아이들이 TV를 보고 나눔의 집 할머니들은 왜 돈을 싫어하느냐고 물어봤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나눔의 집 할머니들이 일본정부가 민간단체를 내세워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지급하려는 「여성을 위한 아시아평화국민기금」(국민기금) 수령을 거부한다는 뉴스를 봤던 것.
『아이들에게 얘기해줬어요. 할머니들이 외롭고 힘들게 살고 있지만 거지가 아니라고…. 할머니들이 진정으로 원하고 있는 것은 일본정부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잘못을 사죄하는 것이라고요』〈광주(廣州)〓김진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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