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487)

  • 입력 1997년 9월 3일 07시 26분


제9화 악처에게 쫓기는 남편 〈13〉 아리는 계속해서 떠들어댔고 상인들은 듣고 있었다. 『저분만큼 부자는 이 세상에 달리 없을 겁니다. 저분이 벌어들인 재물이며 조상대대로 내려오는 유산이며 카이로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습니다. 인도와 알 야만에까지 저분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데가 없으며 씀씀이가 크기로 소문이 파다하답니다. 그러니 여러분들은 저분의 신분에 맞게 예우를 해드리고 여러가지로 도와드리도록 하십시오. 저분이 우리 고장에까지 오신 것은 단순한 장사를 위해서가 아니라 이국 풍물을 구경하며 즐기려고 오셨을 것입니다. 불로 태워도 다 태울 수 없을 만큼 많은 재산을 가지신 분이라 굳이 이익을 얻기 위해서 이 먼 곳까지 오시지는 않았을 테니까요. 정말이지 나같은 것은 저분의 하인에 지나지 않는답니다』 아리가 이렇게 연방 추켜세우자 상인들의 눈에도 마루프는 보통 사람으로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마침내 마루프를 진심으로 존경하여 그 뛰어난 풍모를 저마다 칭찬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마루프에게 모여들어 아침 일찍 먹는 빵과자며 샤베트 수를 대접하였다. 상인의 우두머리조차 마루프 앞으로 나와 공손히 인사를 하였다. 상인들이 마루프를 둘러싸고 저마다 자신을 소개하며 인사하는 동안에도 아리는 연방 마루프에게 질문을 해댔다. 『마루프 나리, 인도산 비단이며 모피며 갖가지 피륙들을 가져오셨을 것으로 압니다만…』 그러자 마루프는 대답했다. 『물론이지요. 당신네들이 필요로 하는 만큼 충분히 가져왔습니다』 이렇게 말한 마루프는 어젯밤 아리가 가르쳐준 값비싼 의류와 피륙의 이름들을 거침없이 열거해대기 시작했다. 그러자 듣고 있던 상인 중 하나가 물었다. 『나리, 노란색 나사도 가져오셨습니까? 폭이 넓은 것으로 말입니다』 『많이 가져왔습니다』 그러자 다른 상인 하나가 물었다. 『영양의 피 색깔이 나는 물감은요?』 『그것도 많이 가져왔습니다』 그밖에도 상인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물건들의 이름을 대며 그것도 가져왔느냐고 물었고, 그때마다 마루프는 「많이 가져왔습니다」라고 말하곤 했다. 그렇게 되자 상인 한 사람이 아리를 향해 말했다. 『아리 씨, 당신 동향인 나리는 최상급품 천 짝을 내놓으라고 해도 내놓을 수 있겠군요』 그러자 아리는 대답했다. 『물론이지요. 그 정도의 짐이라면 저분한테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저분의 창고에는 가장 값비싼 물건들로만 만 짝씩 들어 있는데 그런 창고가 얼마나 되는지 저분 자신도 정확히 모르실 것입니다』 못된 마누라로부터 온갖 시달림을 받다가 어디랄 것도 없이 도망을 치던 마루프는 이름도 들어본 적이 없었던 낯선 도성 이후티얀 알 하탄에서 옛 친구 아리를 만나 이렇게 「카이로에서 온 거상(巨商)」으로 둔갑하여 가고 있었다. 이렇게 한창 분위기가 고조되어 가고 있을 때였다. 때마침 거지 한 사람이 다가왔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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