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486)

입력 1997-09-02 07:39수정 2009-09-26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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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악처에게 쫓기는 남편〈12〉 아리는 마루프에게 말했다. 『잘 듣게. 내일 나는 자네한테 금화 일천 디나르와 암탕나귀 한마리와 흑인노예 한 사람을 주겠네. 노예는 자네를 시장으로 안내할 걸세. 나는 상인들 사이에 앉아 있다가 자네가 들어오면 일어나서 자네 손에 입맞추며 인사를 한 다음 자네를 받들어 모시겠네. 그리고 내가 자네한테 「피륙은 안가져오셨습니까?」하고 묻거든 자네는 「많이 가져왔소」하고만 대답하게. 그렇게 되면 상인들은 자네에 대하여 나한테 이것저것 물어볼텐데, 그때 나는 자네를 한껏 추켜세우며 「이분께 창고와 가게를 마련해 드리시오」하고 말하겠네. 그리고 자네가 인심 후한 큰 부자라는 소문을 퍼뜨려 놓겠네. 만약 거지라도 오거든 후하게 인심을 쓰게. 그렇게 하면 사람들은 내 말을 곧이듣고, 자네를 신용하게 되고 자네에 대하여 호감을 갖게 될 걸세. 그렇게 되면 나는 자네를 우리집으로 초대하고, 자네를 위해 상인들도 모두 청해 놓고 인사를 시키겠네. 서로 가까이 사귈 수 있게 말이야. 상인들이 모두 자네를 알게 되고 가까워지면 자네는 내가 그렇게 했듯이 그들에게 장사 밑천을 변통할 수도 있을 테고 그들을 상대로 장사를 할 수도 있을 거야. 그리고 자네도 머지않아 부자가 될 거란 말일세』 그밖에도 아리는 마루프가 할 일을 자세히 말해주었다. 심지어는 갖가지 의류며 피륙의 견본들을 내보이면서 그것들의 이름이며 가격 등을 가르쳐주었다. 이튿날 아침 아리는 마루프에게 일천 디나르의 돈과 암탕나귀 한 마리와 흑인노예를 내주었다. 마루프가 당나귀 등에 올라탔을 때 아리는 다시 한번 말했다. 『자네는 둘도 없는 내 친구야. 그러니 전혀 부담스러워할 것없네. 마누라의 행패 따위는 이제 깨끗이 잊어버리게. 그리고 아무한테도 자네 이름을 말해서는 안되네. 이제부터 자네는 카이로에서 온 돈 많은 상인이야. 그러니 인심 후하게 굴어야 하네』 『부디 자네한테 알라의 보답이 있으시기를!』 마루프는 이렇게 말하고 흑인노예를 앞세우고 당나귀를 몰았다. 노예의 안내로 시장에 이르니 거기에는 수많은 상인들이 앉아 있었다. 그들 중에는 아리도 있었는데, 아리는 마루프를 보자 벌떡 일어나더니 무릎을 꿇고 손에 입맞추며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마루프 나리! 공덕과 선행을 쌓으신 상인 중에서도 상인이신 분이여!』 이렇게 말하고 난 아리는 상인들을 돌아보며 외쳤다. 『여러분, 여러분들은 유명한 상인이신 마루프 나리와 사귀는 영광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는 마루프를 부축하여 암탕나귀에서 내리게 했다. 마루프가 말에서 내리자 아리는 이마에 손을 대고 인사를 한 다음, 상인들을 하나하나 앞으로 데리고 가서는 마루프에게 인사하게 했다. 마루프를 대하는 아리의 그 너무나도 정중한 태도를 보고 놀란 상인들이 아리에게 물었다. 『저분은 상인인가요?』 『그렇습니다. 이분은 상인 중에서도 상인이지요. 저분이 이 도성에까지 오시다니, 이건 큰 영광이 아닐 수 없습니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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