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New]우오모… 파파부메랑… 族을 만드는 세상

  • 입력 1997년 9월 1일 08시 10분


우오모족 댄디족 그린그레이족 파파부메랑족 나홀로족 미시족….

무슨 의미인지 쉽게 감이 떠오르지 않는 각양각색의 족(族)이 생겨나고 사라진다.

우오모족은 이탈리아어로 남성을 뜻하는 우오모(Uomo)에서 따온 말로 신세대 감각의 패션을 중시하는 총각같은 유부남을 지칭한다.

영어로 멋쟁이를 뜻하는 댄디(Dandy)에 「족」을 붙인 댄디족, 젊음을 유지하면서 살아가고자 노력하는 노년층을 일컫는 그린그레이족, 사회생활과 대인관계에 지쳐 혼자가 제일 편하다고 생각하는 20,30대의 나홀로족. 파파부메랑족은 결혼초기에는 직장생활에 몰두하다 뒤늦게 가정의 소중함을 깨달아 늦둥이를 낳고 싶어하는 30대후반∼40대 남성을 말한다. 족들이 다양화하고 세분화하다 보니 현대인은 자기도 모르게 어딘가 한 부류의 족에 속하는 경우가 많다.

각종 족이 많아지는 것은 자기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많아진데다 다양한 가치관이 허용되는 사회의 분위기 때문이라는 것. 또 특정 준거집단에 속하고 싶어하는 인간의 심리가 반영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최근에 등장하는 나홀로족이나 우오모족 등의 용어는 사회에 희미하게 존재하는 소수의 특정한 성향을 포착한 뒤 이름을 붙여 이런 성향을 과장해서 드러낸 경향이 적지 않다. 상업적 목적으로 만들어진 측면도 있다는 것. 이는 신드롬마케팅의 일종으로 한 때 전염병처럼 번졌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그 이름만 남기고 사라지는 들쭉날쭉한 신드롬을 이용한다. 특정한 족이 신드롬화하면 그 족에 속하지 않는 주변 사람들도 그 집단에 속하기 위해 따라하거나 특정상품을 구매한다는 것.

현대인들의 기호가 자주 변하는 만큼 이런 용어들의 생명력도 짧아 단기간 불길처럼 확산되다 쉽게 사그라진다. 과거에는 먼저 특정한 라이프스타일을 지닌 사람들이 사회에 대거 등장하고 그 다음 이들을 아우르는 히피 여피 등의 용어가 생겼지만 요즘은 용어가 현상을 주도하는 셈이다.

대표적인 예는 지난 93년 서울 그레이스백화점에서 도입해 사용하다가 지금은 사라진 미시족. 미시족이란 굳이 정의하자면 처녀같은 외모를 지닌 30대 아줌마, 고학력이면서 도전업주부로서 당당함을 지닌 프로주부를 일컫는다. 사회 전반에 큰 반향을 일으켰지만 이제는 미시족이란 용어를 찾아보기 힘들다.

「옷 잘 입는 남자가 성공한다」 「남편을 바꾸자」 「나도 괜찮은데」와 같은 남성복이나 남성용 화장품광고 문구를 통해 이미지가 어느 정도 익숙해진 우오모족이나 댄디족도 극소수의 성향을 포착해 만든 용어. 지금은 사회 전반에 붐처럼 확산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라져갈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삼성전자 HLRC(인간생활연구소)의 주임연구원 김미선씨는 『최근 매스컴을 통해 쏟아지는 족은 사회에 실재하는 집단을 표현하는 용어라기보다는 마케팅전략에 의해 만들어진 측면이 강하다』며 『흉내내기를 좋아하는 소비자심리에 소구한 것으로 각종 족이란 허상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나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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