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보름남짓 앞으로 다가왔으나 예년의 명절기분은 되살아날 것 같지 않다. 장기불황에다 금리 환율 등 금융불안마저 겹쳐 기업들이 극심한 자금난에 허덕이고 도산하는 기업도 수없이 많다. 지난 7월중 어음부도액은 1조9천억원, 부도업체는 1천3백84개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한 7월말 현재 1천2백41개 사업장, 5만6천여명의 근로자가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추석걱정뿐만 아니라 생계도 위협받고 있다
▼복합불황의 위기감이 감돌고 경기도 썰렁하기 짝이 없지만 추석물가는 어김없이 요동칠 기미다. 차례(茶禮)상에 오를 제수용품만이 아니다. 환율상승으로 원가상승압박을 받고 있는 설탕 밀가루 식용유 콜라 사이다 맥주 주스 석유류 등도 줄줄이 「인상대기」 중이다. 지난 7월 수입이 전면 개방된 수산물도 추석대목을 겨냥한 수입업체들의 방출억제로 값이 내리지 않고 있다
▼정부는 명절분위기에 편승한 물가상승을 잡겠다고 추석물가 안정대책이란 걸 내놓았다. 추석 성수품의 공급물량을 늘리고 개인서비스요금 인상을 단속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매년 되풀이해 온 그렇고 그런 대책이다. 그러나 하반기에 멋대로 올린 공공요금의 영향과 환율상승 통화팽창 등으로 물가안정기조가 이미 흔들린 상황에서 일과성 단속과 행정지도만으로 물가가 잡힐지 의문이다
▼경제가 안좋으면 물가만이라도 확실히 잡아야 한다. 그러나 정작 물가를 흔든 것은 정부였다. 올 소비자물가가 유례없는 안정세를 보이자 철도 지하철 전기 통신요금과 의료보험수가 등을 앞당겨 인상했다. 지방자치뉴맑동類 한술 더떠 자율결정권을 가진 각종 공공요금을 큰 폭으로 올렸다. 올 하반기 이후 물가불안이 경제정책의 가장 큰 현안이 될 우려가 없지 않다. 당장의 추석물가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인 물가안정대책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