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선 不服

  • 입력 1997년 8월 26일 19시 49분


대통령후보 경선이후 한달 넘게 내홍(內訌)을 거듭하는 신한국당의 모습이 딱하다. 사람을 폭넓게 끌어안지 못하는 李會昌(이회창)대표의 한계가 그렇고 결과에 무조건 승복하겠다던 경선 전 약속과 달리 독자행보를 거듭하는 경선 낙선자들의 태도도 보기에 마땅치 않다. 李仁濟(이인제)경기지사가 26일 당개혁안을 들고 이대표를 만난 것이 독자출마를 위한 포석인지 아닌지 알 수 없으나 이같은 행태들이 정치 정도(正道)와 거리가 먼 것임은 분명하다. 이지사 등의 독자출마설이 불거진 데는 물론 이대표의 책임이 크다. 두 아들 병역문제로 도덕성에 타격을 입고 여론조사에서 야당에 선두를 빼앗긴지 오랜데도 이를 돌파할 방책이 없고 당내부조차 추스르지 못하니 낙마설 후보교체설이 나올만 했다. 때문에 경선패배에도 불구하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높은 지지를 받는 것으로 드러난 이지사가 강도높은 압박전술을 펴는 것 아니겠는가. 상황이 그렇다 해도 이지사의 독자출마 채비를 정당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공식적 최종적인 당내절차를 거쳐 확정된 후보가 그 뒤 마땅치 않고 지지율이 떨어진다는 이유를 들어 경선낙선자들이 대선에 뛰어든다면 당내민주주의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당정치가 발붙일 틈이 없게 된다. 여건에 따라 게임의 약속을 뒤집는 것은 정글에서나 가능한 논리지 정치논리가 될 수 없다. 이지사가 제시한 당개혁안은 당이 수용하기 힘든 내용을 담아 독자출마의 명분을 쌓으려는 것으로 보는 견해들이 많다. 이지사는 개혁안 수용과 자신의 거취는 별개이며 경선결과도 현실로서 인정한다고 말했지만 액면대로 믿어주는 분위기가 아니다. 끝내 그가 대선출마를 강행한다면 다른 경선낙선자들의 연쇄출마 움직임도 가시화할 전망이다. 경선결과에 승복하겠다는 약속을 깨고라도 꼭 출마하겠다면 막을 길은 없다. 다만 바로 어제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이 대통령이 될 자격이 있는지는 국민이 판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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