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화 신바드의 모험 〈126〉
내가 자유의 몸이 되었다는 주인의 말에 나는 어안이 벙벙해졌습니다. 그런데도 주인은 계속해서 말했습니다.
『그 코끼리들은 말이오. 우리가 코끼리 사냥을 하여 상아를 뽑아가는 통에 지금껏 무수히 많은 사람들을 죽였소. 그러나 당신은 알라의 보살핌으로 무사히 살아났을 뿐만 아니라 그 엄청난 상아더미까지 발견하게 되었던 것이랍니다』
주인은 이렇게 말하고 있었지만 나는 상아에 전혀 흥미가 없었으므로 주인에게 말했습니다.
『여보시오, 주인님, 당신이 나를 노예의 신분에서 방면해주시겠다면 그건 고마운 일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한다고 해서 내가 완전히 자유로워지는 것은 아닙니다』
내가 이렇게 말하자 주인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습니다. 나는 계속해서 말했습니다.
『인간의 자유란 모름지기 명목상의 자유와 실질상의 자유가 있답니다. 당신이 나를 노예의 신분에서 풀어준다면 나는 이제 명목상의 자유를 얻은 셈입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완전한 자유를 얻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내가 비록 자유의 몸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나는 한 푼 없는 알거지이니 내가 원하는 것을 할 수도 없고, 내가 가고 싶은 곳에 갈 수도 없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이집 저집을 돌아다니며 빌어먹는 것밖에 없겠지요. 나에게 주어진 자유란 결국 빌어먹는 자유, 그것도 힘들면 굶어죽는 자유밖에는 없는 셈이지요. 굳이 그것도 자유라고 하면 자유이겠습니다만, 냉정히 생각하면 그건 자유가 아닌 것입니다』
내가 이렇게 말하자 주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습니다.
『당신 말은 맞소이다. 그렇지만 설마하니 내가 당신을 빈손으로 내보내기야 하겠소? 그건 그렇고 당신이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오?』
그래서 나는 말했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은 고국으로 돌아가는 것이랍니다』
『고국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요? 그런 문제라면 염려하지 마십시오. 그렇지만 지금 당장은 곤란하오. 이 고장에는 일년에 한번씩 장이 서는데 그 장이 설 날도 멀지 않았소. 그때가 되면 사방에서 상인들이 상아를 사러 모여든답니다. 그러니까 그 장을 보기 위하여 상인들이 몰려오면 그 상인들에게 이야기해서 당신을 당신 고국에까지 데려다 드리도록 부탁해보기로 하겠소. 그러니 그때까지는 나의 손님으로서 우리집에 머물도록 하시오』
나는 주인에게 감사를 드렸습니다. 그리고 정중한 대접을 받으며 주인의 집에 머물렀습니다.
이윽고 주인이 말한 장날이 다가왔습니다. 사방에서 상인들이 몰려들어 교역을 했습니다. 그때 주인이 나에게로 와 말했습니다.
『자, 이제 여행 준비를 하구려. 저 상인들이 돌아갈 때 당신도 함께 돌아가도록 하십시오』
그리하여 나는 서둘러 여행 준비를 갖추었습니다.
이윽고 장이 파하자 상인들은 사들인 상아들을 배에 싣기 시작하였습니다. 나의 주인은 나를 데리고 그 상인들에게로 가 승선료와 모든 경비를 치러 주었습니다. 그리고 나에 대한 우정의 표시로 커다란 짐짝 하나를 실어주었습니다.
<글:하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