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라지는 평생직장…임시직만 늘어난다

  • 입력 1997년 8월 13일 20시 03분


한 직장에 들어가면 평생 실직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던 종신고용시대가 끝나가는 추세다. 지난 4월에서 6월사이 석달동안 고용계약기간이 1년 미만인 임시직 근로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만명이 늘어나 6백만명을 넘어섰다. 고용근로자 1백명당 45명꼴로 계약기간 한달미만의 일용직 근로자도 2백만명에 가깝다. 임시고용이 이처럼 늘어난 것은 기업들이 상용근로자의 채용을 기피하기 때문이다. 새로 취업경쟁에 뛰어드는 여성과 명예퇴직자 등 중노년 실업인력이 임시직이라도 받아들이고 있는 변화도 임시채용 증가의 한 배경이다. 이른바 재택(在宅) 근무나 계약제 근무를 오히려 바라는 직종이 많아진 것도 한 원인일 수 있으며 그동안의 잦은 노사분규와 높은 임금상승이 기업들로 하여금 임시고용을 선호하게 만든 측면도 없지 않다. 그러나 문제는 이같은 현상이 한때의 일로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데 있다. 임시직 채용이 늘어나는 것은 이미 세계적인 추세다. 정규직 근로자라도 언제든지 해고할 수 있는 미국에서도 80년대 기업구조조정기에 임시고용을 늘렸다. 종신고용제가 특징이던 일본도 90년대 들어 계약직 시간제 채용제도를 폭넓게 도입했다. 우리는 이제 막 기업구조조정을 시작한 마당이다.그 작업이 진행될수록 평생고용의 기회는 더욱 줄게 될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근로자들로서는 직장을 잃을 경우 언제라도 다른 직장에 다시 채용될 수 있도록 능력을 키워야 한다. 이제는 맞벌이도 불가피해지며 유사시에 대비해 저축도 늘려야 할지 모른다. 임시직에는 의료 산재 고용보험이나 국민연금 등 근로복지 혜택이 없다는 것은 문제다. 제도보완 등 정부차원의 대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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