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음식]저장 발효음식 많아 맛 수수하고 담백

  • 입력 1997년 8월 9일 07시 48분


최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조미료를 적게 쓰고 자연산 재료를 많이 쓴 북한음식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더구나 남북한 분단이후 알려지지 않은 최근의 북한음식들이 귀순자들에 의해 전해지면서 관심을 고조시키고 있다. 귀순전 요리사로 일하다 남한에서 조리사자격증을 딴 북한음식전문가인 강봉학씨는 『북한음식은 조리법이 덜 개발됐기 때문에 음식재료의 고유한 맛이 그대로 살아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즉석음식이 많고 자극적인 맛이 강한 남한음식과는 달리 북한음식은 저장 발효음식이 많고 맛도 수수하고 담백합니다. 성인병걱정도 없어요』 그러나 요즘의 북한음식중에는 남한사람들의 입맛에 잘 맞지 않는 것도 여럿 있다는 것이 음식업계의 지적이다. 실제로 북한 신포지역에 머물고 있는 경수로기획단 관계자들도 『한정식이 입에 맞지 않아 고생했다』며 『분단반세기 동안 남북간 「먹을거리문화」에 상당한 거리감이 생겼음을 느꼈다』고 말한 것으로 전했다. 강씨는 경기 용인시 민속촌 입구에서 북한음식전문점 봉학관(0331―283―6066)을 운영하고 있는데 감자를 갈아 만든 만두피에 돼지고기와 부추 다진 것을 속으로 넣은 막가리만두, 가자미 명태 도루묵 등의 생선류에 갖은 양념을 버무려 발효시킨 식해 등을 팔고 있다. 그는 지난해 북한음식 30가지에 대해 상표등록을 했고 그의 기술로 만든 막가리만두가 삼립식품에서 추석을 전후해 즉석만두로 선보일 예정이다. 강씨외에도 음식점을 낸 귀순자는 김용(경기 일산) 고청송(경기 파주) 전철우씨(서울 남영동) 등이 있다. 이달말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부근에 북한음식체인점 통일의 집을 여는 ㈜일영의 이병옥 조리연구실장은 『북한음식은 신선한 재료를 사용하고 양념을 넣어 맛을 조금만 보완하면 건강식으로 상품성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집에서는 닭을 넣어 밥을 지은 토닭밥과 청진 황태구이 등 북쪽 향토음식 20가지를 판매할 예정. 요즘의 북한음식맛은 아니지만 실향민들이 낸 음식점으로 북쪽지방의 향토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은 서울에도 여러곳 있다. 서울 압구정동 함경도 찹쌀순대(02―545―3302)에서는 함경도식으로 당면 대신 찹쌀과 입쌀만 넣어만든 아바이순대와 실향민들이 보기만해도 저절로 군침이 도는 가자미식해를 맛볼 수 있다. 서울 성내동 동신떡갈비(02―484―9794)에서는 두부 숙주 쇠고기 돼지고기 백김치를 속으로 넣고 주먹만한 크기로 만두를 빚은 뒤 양지머리국물에 끓여 내놓는 평안도식 만두국과 김칫국물에 국수를 말아 개운한 맛을 내는 김치말이국수를 먹을 수 있다. 서울과 가까운 개성지방의 음식은 다른 북쪽 음식과는 달리 화려한 외양을 자랑한다. 깔끔한 맛으로 오랫동안 남한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온 서울 삼청동 용수산(02―732―3019)과 대신동 석란(02―393―4690)의 한정식이 그것. 서울 신설동 개성집(02―923―6779)과 목동 개성집(02―642―5695)에서는 각각 개성식 떡국과 황해도식 만두를 팔고 있다. 평양냉면집이나 함흥냉면집중에도 향토음식의 맛을 내는 곳이 있다. 〈김진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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