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화 신바드의 모험〈116〉
날이 밝자 나는 왕을 찾아가 말했습니다.
『오, 형제여! 내 사랑하는 아내들의 아버지여! 진정한 이 나라의 통치자여! 나는 이 세상에서도 가장 인품이 고매하고 경륜이 있는 군주 하룬 알 라시드 교주를 만나보기 위하여 이 나라를 떠날 것이다』
내가 이렇게 말하자 영문을 모르는 왕은 깜짝 놀라며 소리쳤습니다.
『오, 영원히 늙지도 죽지도, 그리고 결코 몸에 피를 흘리는 일도 없으신 분이여! 당신이 떠나시다니 이 나라와 이 나라 백성은 대체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이렇게 말하는 왕의 어깨를 나는 다정스레 어루만지며 말했습니다.
『오, 형제여! 내가 떠나더라도 이제 걱정될 것은 없도다! 북방의 야만인들은 괴멸되었으니 쳐들어오지 못할 것이다. 그들이 예전과 같이 복구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흐를 것이고, 설사 그들이 복구한다 할지라도 그때 우리 사란디브도 이미 부강한 나라가 되어 있을 테니 감히 쳐들어올 수도 없을 것이다. 게다가 이 나라에는 그대처럼 훌륭한 군주가 있는데다 이제 머지 않아 공주들은 일곱 명의 귀공자를 낳게 될 텐데, 그 아이들이 크면 그대의 뒤를 이어 나나 그대보다 더 훌륭하게 이 나라를 이끌어갈 것이다. 그러니 내가 떠난다 할지라도 아무 염려할 것이 없다. 예언서에도 내가 영원히 이 나라에 산다는 말은 없지 않으냐』
내가 이렇게 말했을 때서야 왕은 어느 정도 안심이 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는 말했습니다.
『그렇지만 이제 곧 태어날 당신의 일곱 아이들을 보지도 않고 떠나시겠다는 말씀입니까?』
일곱 아이들이란 말이 나오자 나는 갑자기 눈시울이 확 달아올랐답니다. 그런데도 나는 애써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면서 말했습니다.
『옛말에도 있지 않소? 「자식을 큰 사람으로 만들고자 하면 애비는 속히 자식 곁을 떠나라」하는 말 말이오. 애비가 곁에 있으면 그 그늘에 가려 자식은 큰 사람이 될 수 없다오』
이 말을 들은 왕은 크게 감동한 표정이었습니다. 그러나 내가 떠난다는 사실이 그에게는 감당하기 힘들었던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이별의 슬픔을 견딜 수 없었던 것은 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 나는 애써 화제를 다른 데로 돌리려고 했답니다. 가령 내가 가고자 하는 바그다드나 바그다드를 다스리고 있는 하룬 알 라시드 교주에 대해서 말입니다. 그러자 왕도 나에게 물었습니다.
『당신이 만나시려고 하는 하룬 알 라시드 교주는 대체 어떤 분인가요?』
그리하여 나는 하룬 알 라시드 교주의 사람됨이 얼마나 훌륭하며, 바그다드에서 그가 행하는 경륜이 얼마나 올바르며, 그 경국이 얼마나 놀라운가 하는 데 대하여 자세히 들려주었습니다. 내 이야기를 듣고 난 왕은 크게 감탄하며 말했습니다.
『진실로 그 분의 율령은 사려분별이 있고, 그 집정하시는 바 태도도 훌륭하시군요. 그 분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진정이지 저는 그 분에 대하여 호의를 품게 되었습니다. 그런 훌륭한 군주한테는 무슨 선물이라도 바치고 돈독한 친분관계를 가질 수만 있다면 더없이 좋으련만』
<글:하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