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460)

  • 입력 1997년 8월 6일 07시 23분


제8화 신바드의 모험〈113〉 내가 일곱 명의 신부에게 두 차례씩 내 씨앗을 뿌리고 났을 때는 훤하게 날이 밝아오고 있었습니다. 그때서야 우리 여덟 명은 무질서하게 엉켜붙은 채 더없이 감미로운 잠 속으로 빠져들었습니다. 그 일곱 명의 신부들이 너무나 사랑스러워 나는 자다가도 일어나 그녀들의 뺨을 어루만져보기도 하고, 그녀들의 예쁜 손을 잡아보기도 하고, 그녀들의 젖꼭지에 입맞추어보기도 하였습니다. 더없이 천진난만한 얼굴들을 한 채 잠들어 있는 일곱 명의 공주들을 굽어보면서 나는 세상에 나보다 더 행복한 사람이 또 있을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날이 밝자 나는 일곱 명의 어린 아내를 데리고 화원으로 산책을 나갔습니다. 아침 이슬에 젖은 화원 사이를 걷고 있는 내 아내들은 간밤의 그 격렬한 쾌락을 맛본 뒤라 아랫도리를 후들거리고 있었습니다. 그러한 그녀들의 모습이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러웠던지 나는 빙그레 혼자 웃었습니다. 정말이지 나는 귀여운 딸을 일곱 명이나 얻은 것 같기도 하고, 다정스런 누이 동생을 일곱이나 얻은 것 같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내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나의 일곱 아내는 때로 재잘재잘 떠들어대면서, 때로 까르르 맑고 아름다운 소리로 웃음을 터뜨리면서 화원 사이로 난 길을 쫄랑쫄랑 걸어갔습니다. 그리고는 맑은 시냇물에 세수를 하기도 하고, 치마를 무릎 위에까지 걷어올린 채 물 속으로 걸어들어가 발을 씻기도 하고, 물가에 핀 제비꽃을 꺾기도 하였습니다. 그러한 그녀들에게 나는 물을 뿌리기도 하며 장난을 쳤습니다. 일곱 아내와 나 사이는 정말이지 더없이 금실이 좋았습니다. 일곱 명이 나에게는 흡사 한 사람 같이만 느껴졌답니다. 그리고 나의 일곱 아내들 사이에도 더없이 우애가 깊었으니 그들은 오직 나를 섬기고 사랑하는 데 일심동체가 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우리 여덟 사람은 언제나 똘똘 뭉쳐 다녔고 누구 한 사람 외톨이가 되는 일은 없었습니다. 내가 그 재잘재잘 떠들어대는 귀엽고 사랑스런 아내들에 둘러싸인 채 화원을 산책하거나 저잣거리를 둘러볼 때면 그 모습이 얼마나 보기 좋았던지 사람들은 모두 걸음을 멈추고 감동에 찬 눈으로 우리를 바라보곤 했답니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우리 여덟 명이 언제나 가슴 설레며 기다리는 것은 밤이었습니다. 밤이 되면 처음에 우리는 더없이 오순도순하고, 유쾌하고, 그리고 다정하기만 했습니다. 그러나 밤이 깊어지면 나의 아내들은 열락으로 몸을 떨며 신음 소리를 내었습니다. 일곱 명의 그 감미로운 아내들을 모두 사랑한 뒤 나는 더없이 행복한 잠 속으로 빠져들었고 나의 아내들은 그러한 내곁에 누워 잤습니다. 꿈 속에서도 나는 그 새처럼 재잘재잘 떠들어대는 아내들에 둘러싸여 있었습니다. 참으로 꿈같은 나날이 흘렀습니다. 그러는 동안 나의 일곱 아내는 입덧을 하는 등 저마다 태기를 보이기 시작하였습니다. 나는 일곱 아내의 아랫배를 어루만져보면서 마음 속으로 이렇게 소리치기도 했답니다. 『오, 알라여! 인간이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 겁니까? 혹 이것은 당신의 뜻에 어긋나는 것은 아닙니까?』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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