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삼성일가, 「코트 맞대결」 눈앞

  • 입력 1997년 7월 31일 20시 57분


어제까지는 한솥밥을 먹던 식구. 그러나 이미 지난 일. 이젠 서로 「정글의 법칙」에 따라 먹지 않으면 먹히는 경쟁관계. 「삼성」이란 뿌리에서 갈려나온 형제의 대결과 자매대결, 올 시즌 남녀프로농구의 볼거리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최근 여자농구팀 창단을 선언한 신세계는 지난 91년 삼성그룹에서 분리해 나온 기업. 타계한 삼성의 창업주 이병철씨의 5녀인 이명희씨가 부회장으로 실질적인 오너다. 또 기아엔터프라이즈구단 인수를 놓고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는 제일제당그룹과 한솔그룹도 본래 삼성의 식구들. 지난 91년 신세계와 함께 분가한 한솔은 이병철씨의 장녀 이인희고문이 이끌고 있다. 지난해 5월 새 살림을 차린 제일제당그룹의 오너도 이병철씨의 장손인 이재현부사장. 제일제당과 한솔은 진로구단의 인수를 놓고도 경합을 벌였던 사이. 진로를 SK텔레콤에 빼앗기는 바람에 이들은 재수생의 입장에서 다시 「집안싸움」을 하고 있다. 현재 「삼성」의 이름을 달고 뛰는 팀은 남자프로팀인 삼성썬더스와 여자실업의 삼성생명. 기아구단이 제일제당이나 한솔에 넘어갈 경우 올 시즌부터는 삼성 패밀리가 남녀 각 2팀씩 4팀이 된다. 삼성생명 대 신세계, 삼성썬더스대 제일제당 또는 한솔. 얼른 보면 화기애애한 코트의 만남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천만의 말씀이다. 냉엄한 승부앞에서 양보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신세계측의 한 임원은 최근 여자팀 창단협의차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삼성생명을 누를 수 있는 팀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했다는 후문. 삼성과 제일제당의 불화는 업계에서 결코 비밀이 아니다. 따라서 제일제당이 기아구단을 인수했을 경우 올 프로코트에선 살벌하기까지 했던 70년대말의 삼성―현대 대결 못지않은 뜨거운 승부가 펼쳐지리라는 예상이다. 〈최화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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