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한마리 물고기가 되어 오염되지 않은 세계를 향해 지느러미를 요동쳐보고 내일은 때묻지 않은 창공을 나는 새가 되자』
도예작가 설봉(56)스님이 도자기를 빚기 직전 욕심 없는 마음을 가다듬도록 제자들에게 자주 들려주는 말이다. 무욕의 철학으로 도자기를 빚고 있는 설봉스님은 인천 강화군 불은면 부근리 무애원(無碍園)에서 해병대의 군법승으로 일하면서 도공들을 키우고 있다.
그는 황토흙 나무재 마사토 등을 혼합한 천연유약을 개발, 1천2백도의 고열에서 천연유약과 불꽃이 일으키는 화학반응을 통해 도자기 문양을 만들어내는 독특한 도예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그가 빚어낸 백자 청자 분청사기 등 각종 도자기는 수작들이 즐비하다는 평이다. 그의 작품중 변형된 불꽃기법으로 만든 작품 「별이 쏟아지는 그 해변」은 일본인 수집가가 5천만원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설봉스님은 그동안 20여차례의 개인전시회를 열어 소년소녀가장 군위안부할머니돕기 등 자선기금 모금을 위해 자신의 작품들을 판매했을 뿐 나머지는 모두 무애원에 소장하고 있다.
지난 71년 출가한 뒤 불우청소년에 관심을 기울여온 그는 지난 80년 서울 영등포구 대방천변 판자촌에서 어린이집을 열어 미술 글짓기 연극 등을 직접 가르쳐 「무애원공연단」을 구성, 군부대 순회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지금도 이들의 뒷바라지를 하고 있으며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청소년들을 무애원에서 도예가로 양성, 직업인으로 배출하고 있다. 무애원에서는 일반인이 찻잔 수반 등 생활자기를 만들 수 있는 도예교실도 열고 있다. 032―932―5087
〈인천〓박희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