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함재봉/3人의 대선후보에게

  • 입력 1997년 7월 22일 20시 01분


李會昌(이회창)후보님, 金大中(김대중)후보님, 金鍾泌(김종필)후보님, 우선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제 세분께서는 여당과 야당의 제15대 대통령 후보가 되셨습니다. 그것도 세분 모두 당내에서 자유경선을 통해 민주적으로 후보에 선출되셨습니다. ▼ 21세기 이끌 책무 ▼ 그리고 이제 세분 중 한분이 이 나라를 21세기로 이끌어가실 것이 확실해졌습니다. 실로 어깨가 무거우시겠습니다. 어떻게 하면 민주주의를 공고히 하고 경제를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며 동시에 통일을 성취할 수 있을까. 어떠한 비전을 내 놓아야 대한민국의 국민들이 일치단결하여 미래를 향해 뛸까. 또 득표 작전은 어떻게 짜야 할까. 어떤 공약이 주효할까. 아마 이러한 문제들로 고민하고 계시겠지요.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제가 감히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세분 후보께서는 공히 우리의 과거에 대한 이해와 미래에 대한 비전, 그리고 선거전략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시는 분들입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사실 이러한 것과는 별 연관이 없을 뿐더러 오히려 선거전략의 차원에서 본다면 득보다는 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보다 원칙적인 것입니다.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대통령 선거를 우리의 역사상, 아니 세계사에 유례없이 깨끗하고 공정하게 치러주십사 하는 부탁의 말씀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세분 후보께서 출마하실 선거는 20세기의 마지막 대통령선거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그토록 갈망하던 민주주의의 상징이며 국민들의 자유로운 의사를 가장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신성한 제전인 대통령 선거를 20세기의 대미를 장식한다는 의미에서 한번 멋들어지게 치러보시지 않으시렵니까. 민주주의는 어디까지나 절차주의입니다. 결과가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그 절차에 하자가 있다면 결국은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간다는 것이야말로 한국의 현대사가 웅변으로 말해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전철을 다시는 밟지 않는 것, 이것이야말로 참된 민주화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이제 세분 후보께서는 한국 민주주의의 틀을 굳게 다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역사적인 기로에 서 계십니다. 만일 이번 대통령선거도 혼탁과 과열, 공정성의 시비로 얼룩진다면 우리는 우울한 과거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21세기도 그리 새롭게 느껴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만일 이 기회를 포착하셔서 대통령 선거의 혁명을 이뤄주신다면 우리는 그때부터 진정 새로운 시대에 살게 될 것입니다. ▼ 깨끗한 선거혁명 기대 ▼ 이것이 매우 어려운 주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가 이룩한 민주화만 해도 많은 사람들은 불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지 않습니까. 한 번 힘껏 노력해 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만일 세분께서 선거혁명을 주도하신다면 대통령에 당선되신 분이나 나머지 두분 모두가 분명 우리 역사에 길이 남으실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세분 개개인의 영광만이 아니라 우리 민족과 국가, 우리 모두의 영광이겠지요. 함재봉<연세대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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