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김광오/고교생 3명의 숭고한 희생

  • 입력 1997년 7월 22일 20시 01분


22일 오후 전북 전주시 덕진구 만성동 전주장례식장. 지난 21일 전북 부안군 변산해수욕장에서 바닷물에 빠진 어린이 10여명을 구하고 끝내 숨진 전주고교생 2명의 유해가 안치된 빈소에는 유족과 친구들이 넋을 잃은 채 통곡하고 있었다. 『학교에서 수련회를 간다기에 맛있는 반찬을 만들어 주었는데…』 숨진 鄭仁誠(정인성·17·전주고 1년)군의 어머니 온정수씨(48)는 아들의 이름을 끊임없이 부르며 오열했다. 정군과 張晩基(장만기·16·전주고 1년)군은 22일 오전 사고 발생 해역에서 군경수색대에 의해 싸늘한 시체로 인양됐다. 전날 발견된 申俊燮(신준섭·17·전주고 1년)군의 시체는 이날 오전 전주화장장에서 한줌의 재로 변해 강가에 뿌려졌다. 급우인 세명의 학생은 모두 반에서 5등 안에 드는 모범생들이며 특히 장군은 지난달 모의고사에서 1학년 전체 5백여명중 2등을 차지했던 수재. 이들은 변산해수욕장에서 열린 학교 동아리 여름수련회에 선배 동료들과 함께 참가, 백사장에서 편을 나누어 축구시합을 하던중 「살려달라」는 비명을 듣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바닷물로 뛰어들었다. 3백여m 앞 작은 바위 뒤편에서 어린이 10여명이 고무튜브에 매달린 채 밀물에 떼밀려 다니던 급박한 상황이었다. 어린이들을 모두 얕은 곳으로 끌어낸 이들은 힘이 달렸다. 때마침 바닷물이 순식간에 밀려온데다 발이 뻘에 빠지는 바람에 이들은 안간힘을 다했지만 물속에 잠기고 말았다. 그러나 정작 이들이 구한 어린이 10여명의 부모들은 아무도 빈소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부모들은 아이들을 데리고 서둘러 해수욕장을 떠나 이들이 누구를 구하다 숨졌는지도 파악되지 않고 있다. 한편 전주고와 전북도교육청은 23일 오전 교정에서 세명의 학생에 대해 학교장을 치르고 이들의 의로운 죽음을 기리는 사업을 벌이기로 했다. 〈전주〓김광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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