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선정국 막은 올랐지만…

  • 입력 1997년 7월 22일 20시 01분


신한국당의 대통령후보로 李會昌(이회창)씨가 선출됨으로써 여야 주요 정당의 대선(大選)후보가 모두 확정됐다. 12월18일 선거일을 5개월 앞두고 사실상 대선정국의 막이 오른 것이다. 이씨와 국민회의 金大中(김대중)씨, 자민련 金鍾泌(김종필)씨 등 세 후보가 이번에야말로 정말 깨끗하고 바람직한 경쟁을 통해 우리 정치와 선거문화의 수준을 한단계 높여주기를 진심으로 당부한다. 국민이 이번 대선에 바라는 요구는 그리 많지 않다. 무엇보다 돈 덜쓰는 선거를 치러달라는 것이다. 대선자금의 원죄(原罪)가 새로 출범하는 정권의 발목을 잡아 되는 일도 안되는 일도 없는 상황이 또 다시 재연되면 우리에겐 21세기에 대한 희망이 없다. 나라의 장래를 검은 돈이 결정짓는 사회에서는 민주주의고 시장경제고 배겨나지 못한다. 후보들은 참다운 국가발전의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고 겸허하게 주권자인 국민의 심판을 받아들이겠다는 자세를 흩뜨리지 말아야 한다. 지역감정을 부추겨 국민통합에 역행해서도 안된다. 벌써부터 원내3당의 대선후보중 영남출신이 없는 게 이변이라는 등 얘기가 나오지만 그 자체가 뼈아픈 지역감정의 소산(所産)에 다름 아니다. 헌정 반세기 동안 국민에게 심어준 고통을 이제는 치유할 때가 됐다. 지역감정에 편승해 표를 얻으려는 후보는 전체 국민과 나라를 통합해 이끌 능력이 없다는 것을 유권자들은 분명히 알고 있다. 대선 경쟁자들이 확정됐지만 게임의 룰이 아직 마련되지 않은 것은 유감이다. 여야 모두 지금과 같은 고비용 저효율 정치구조를 개선하자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선거법 등 정치관계법 개정을 위한 국회논의조차 외면하고 있다. 투명하고 공정하며 뒷말이 없는 선거를 치르려면 제도를 다듬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이제 명실공히 당을 대표하게 된 3당후보들은 당장 국회에서 이 문제를 다루고 가장 합리적인 법을 만들어 내놓도록 당을 독려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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