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의원혁명을 기대한다

  • 입력 1997년 7월 20일 20시 44분


신한국당의 선택은 이제 대의원들의 손에 달렸다. 오늘 열리는 대통령후보 선출 전당대회에서 신한국당 대의원 1만2천여명이 행사할 한표는 단순한 한표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사상 첫 집권여당 자유경선 실험의 성공 여부는 물론, 우리의 정치가 한단계 도약할 수 있을지를 가늠해 보는 시험무대가 바로 오늘의 전당대회이기 때문이다. 국민이 여당 대의원들에게 혁명적인 바른 선택을 요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당초 구호와 달리 그동안 드러난 여당의 경선 양상은 그리 공정하지 못했다. 자유경선의 의미도 상당히 퇴색했다. 무엇보다 금품살포와 저질 인신공격 흑색선전 등 과거 정치의 악습(惡習)이 되풀이됐고 후보들마다 너나없이 지역감정을 부추겨 국민통합에 역행했다. 후보들이 지구당위원장과 대의원들을 줄세우는 세(勢)몰이 정치에 매달려 정책과 비전제시가 뒷전에 밀린 것도 부정적 측면이다. 더욱 한심한 것은 이른바 중립(中立)논쟁이었다. 당총재인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이 엄정중립 의지를 밝혔으나 경선과정 내내 이 문제로 인한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경선주자의 당대표직 수행을 둘러싼 내홍(內訌)에다 정발협이니 나라회니 하는 당내당들의 추잡한 다툼도 중립시비에 불을 붙였다. 김대통령이 끝까지 중립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밝혀 사태가 확산되지 않았지만 당원의 뜻보다 김심(金心)이나 계파이익을 좇아 후보직을 따보겠다는 일부 작태는 큰 실망을 안겼다. 국민이 여당의 대의원혁명을 바라는 이유는 자명하다.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선 분위기를 해치며 과열 혼탁선거 양상을 빚은 데 책임이 있는 후보를 국민에 앞서 심판해 달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돈으로 표를 사려 했다거나 비열한 흑색선전으로 상대 헐뜯기에만 열을 올린 후보는 선택대상에서 제외해야 마땅하다. 지역감정에 편승하는 후보나 지구당위원장을 줄세워 대의원들의 뜻과 다른 판단을 종용한 후보도 마찬가지다. 아직도 신물나는 구악정치 행태를 일삼는 사람을 선출해봤자 연말 대선에서 국민이 준엄히 심판할 뿐이란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60%가 넘는 대의원들이 외부의 작용과 무관하게 소신껏 투표하겠다고 응답한 것은 고무적이다. 자신의 선택은 묻어둔 채 줄서기한 지구당위원장의 뒤를 따르거나 특정계파의 이익에만 골몰하는 투표행태는 당은 물론 나라의 민주화에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한다. 스스로 당의 주인임을 인식해 주어진 권리와 책무를 제대로 행사하겠다는 대의원 한사람 한사람의 바른 의식이 참으로 중요하다. 이번 여당 경선에서는 경선후보 누구도 1차투표 과반수 득표가 어렵고 결국 결선투표를 할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다. 그리하면 돈과 자리를 매개로 각 후보진영간에 막판 연대와 담합이 이루어질 공산이 크다. 지구당위원장들이 대의원들에게 줄서기를 강요하는 사태도 없지 않을 것이다. 대의원들은 이런 유혹과 압력을 떨치고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선택을 해주기를 진심으로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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