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 뒤안길]싸늘한 이회창-박찬종후보

  • 입력 1997년 7월 14일 20시 17분


14일 신한국당 경선후보 전북 합동연설회가 열린 전주학생회관 귀빈실. 李會昌(이회창)후보의 참모 한명이 연설에 앞서 대기중이던 이후보에게 메모를 전달하자 이후보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다. 메모에 적힌 내용은 이후보측의 「금품살포설」을 제기하고 있는 朴燦鍾(박찬종)후보가 바로 직전 기자실에서 폭로한 것. 이후보가 제주 합동연설회 직후 대의원과 당원들에게 6백20여만원의 향응을 제공했다는 내용이었다. 이후보는 메모를 유심히 들여다보고는 낮은 목소리로 『됐어』라고 말했다. 그는 박후보가 폭로한 「금품수수설」에 이어 나온 「향응설」에 매우 불쾌한 듯했다. 취재진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글쎄, 무슨 얘기하는지 알 수가 있나』라고만 했다. 5분쯤 뒤 폭로 당사자인 박후보가 귀빈실에 들어서자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 박후보는 서로 「어색한 악수」를 나눴지만 아무런 말도 주고받지 않았다. 취재진이 『박후보 말대로 활동비를 내려보낸 적이 있느냐』고 거듭 질문을 던지자 이후보는 언짢은 듯 『없어요. 그런 얘기는 지금 하지 맙시다』고 잘라 말했다. 취재진과 이후보간에 이같은 짤막한 대화가 오갔으나 박후보는 끼여들지 않았다. 이, 박후보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과는 달리 다른 후보들의 표정은 그리 어두워 보이지 않았다. 李漢東(이한동)후보는 옆자리에 앉은 박후보의 손을 쓰다듬었고 李壽成(이수성)후보는 전과 달리 수차례 이후보에게 말을 걸었다. 이수성후보가 『여러가지 문제로 정말 힘이 든다. 신뢰만 자꾸 떨어져 문제다』고 말하자 이회창후보는 『당의 경선자체가 문제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 박후보는 연설시간이 되어 식장으로 들어서기까지 한마디도 주고받지 않았다. 〈전주〓정용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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