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인성교육현장/학부모 체험기]뉴질랜드 김난희씨

  • 입력 1997년 7월 14일 08시 01분


처음 뉴질랜드에 이민왔을 때는 낯선 이국땅에서 잘 정착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었지만 사실 두 아들의 교육문제가 더 걱정됐다. 당시 아이들은 초등학교 2학년과 4학년이었는데 서울에서 영어 알파벳정도는 배웠지만 영어를 할 줄 몰랐기 때문이다. 학교 선생님들의 다정한 얼굴을 보고 다소 안심이 되긴 했다. 그러나 며칠 안돼 큰아들 진수가 울상이 되어 학교에서 돌아왔다. 같은 반의 뉴질랜드 아이들이 한국에서 온 까만 머리의 진수를 놀리고 모자 신발 등을 감추거나 화장실에 버리는 일이 서너차례 있었다는 것이다. 진수는 화가 나서 놀리는 친구들을 밀어 넘어뜨리거나 발로 걷어차기도 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가해학생과 함께 교장실에 불려가 훈시를 들어야 했다. 한국사람 상식으로는 우리 아들은 피해자인데 야단까지 맞았으니 억울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학교는 학생들끼리 문제가 생기면 담임이 아니라 교장이 직접 개입해 문제를 해결한다. 두 아이를 교장실로 불러 왜 싸움이 벌어졌는지 하나 하나 경위를 물어본다. 진수는 아직 영어가 짧아 자신의 의사를 충분히 표현하지 못해 답답해 하며 나에게만 하소연했다. 하루는 교장선생님에게 찾아가 문화의 차이와 영어문제 등 사정을 설명했더니 어느정도 이해하는 눈치였다. 그러면서도 교장은 자신이 피해를 보았다고 폭력을 써서는 절대 안되며 항상 대화로 해결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교장은 진수의 친구들을 집으로 불러 함께 놀게 하고 뉴질랜드 가정과도 가깝게 지내보라고 권유했다. 진수의 생일날 친구는 물론 엄마들까지 볼링장으로 초대, 볼링을 함께 치고 저녁을 먹은뒤 조그만 선물까지 주자 아이들이 단짝이 됐다. 진수에게도 학교는 가장 즐거운 곳이 됐다. 김난희<뉴질랜드 3년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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