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회 왜 이러나

  • 입력 1997년 7월 11일 19시 59분


국회의원들이 해도 너무 한다. 그간 미뤄 놓은 수백개의 민생법안과 정치개혁 입법안을 처리키 위해 열린 국회가 마냥 헛돌고 있다. 의원들이 국회 밖에서 딴 일을 하기 때문이다. 국회 직원과 소관부처 공무원들이 의원들을 찾아다니며 상임위 출석을 간청해 겨우 정족수를 채워 회의를 하는 웃지 못할 모습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이런 의원들에게 국민의 세금으로 세비를 줘도 되는지 의문이다. 주로 신한국당 의원들이 국회를 외면하고 있다. 당내 대선후보 합동연설회에 가거나 특정후보 경선운동을 하느라 의사당 주변에 얼씬도 않는 의원이 하루 70명이 넘는다고 한다. 의원들의 몸과 마음이 온통 콩밭에 가있으니 국회가 제대로 될리 없다. 당내경선이 아무리 중요해도 국정심의에 앞설 수는 없는 일인데 소속의원들의 국회 이석을 방관하는 듯한 여당 지도부의 자세에도 문제가 있다. 임시국회가 문을 연지 벌써 열흘이 지났다. 그동안 한 일이라고는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들은 것 외에 아무것도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닷새째 상임위 활동을 하고 있지만 상임위마다 여당의원들의 출석률이 50%를 밑돌고 야당의원들도 김이 빠져 자리를 비우는 경우가 늘고 있다. 오는 21일 신한국당 경선일까지 국회가 이런 모습으로 간다면 민생이든 경제법안이든 결국 막판에 무더기로 졸속처리될 수밖에 없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정치개혁 입법문제다. 연말 대선일은 다가오는데 아직도 게임규칙 논의는 시작조차 못하고 있다. 당초 지난 5일까지 끝내기로 했던 특위구성이 벽에 부닥치자 이젠 여야 모두 말도 꺼내지 않는 형국이니 답답하다. 이런 식의 국회 개점휴업이 더이상 계속돼서는 안된다. 당내행사를 핑계로 국정심의를 외면하는 정당은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 여야 지도부와 의원들의 맹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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