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만난 교사들은 자연스럽게 학생들에게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보고 돕지않는 것은 죄악」이며 거창한 봉사활동보다는 일상생활속에서 할 수 있는 조그만 배려가 중요하다는 의식을 심어주고 있었다.
미국에 도착한 직후 큰 아들 동선이를 초등학교 2학년과정에 전학시키려고 학교를 처음 찾아갔을 때였다. 교장의 첫 마디는 『어떻게 오셨습니까』가 아닌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였다.
얼굴 모습이 다른 외국인을 처음부터 다정하게 대하는 교장의 태도에 무겁던 내 마음이 갑자기 가벼워졌다. 용건을 말하고 『우리 아들이 영어를 못하는데 어쩌면 좋은가』라고 묻자 교장은 『학교에 학습부진아를 위한 과정이 따로 있어 정규수업후 담당교사가 도와준다』며 나를 안심시켰다. 교장은 직접 학교안내도 해주었다.
그날 동선이는 아무런 준비물도 없이 바로 수업에 참여했다.방과후 집에 돌아온 동선이는 밝은 표정으로 『선생님과 친구들이 너무나 친절하게 도와줬다』고 말했다.
그후에도 담임교사는 동선이를 환영하는 파티를 열어주고 크리스마스때는 책을 사서 나눠주기까지 했다. 동선이가 한국으로 돌아올 때는 반 아이들과 함께 환송파티를 열어줬다.
동선이는 차차 미국생활에 익숙해지면서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혼잡한 건물 등에서 지체장애인이나 노약자 등과 마주치면 현관문을 열어주고 서서 오랫동안 기다렸다. 또 학교에서 열리는 각종 봉사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1센트짜리 동전이 생기면 꼭 봉사기금으로 모으고 사탕만들어 팔기 등을 통해 양로원방문비용을 마련하며 즐거워했다.
신재영<뉴욕 2년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