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개혁 진통/현장의 사람들]증감원 이인수 조사역

  • 입력 1997년 6월 27일 19시 41분


증권감독원 李仁洙(이인수·33)책임조사역은 1년6개월동안 노조 사무국장을 지낸 뒤 지난 2월 현업에 복귀한 입사 8년차 중견직원. 본업인 조사연구로 돌아왔지만 전임 노조 간부로서 정부의 금융감독기관 통합안이 나오는 통에 노조일을 함께 보지 않을 수 없다. 매일 찍어내는 「증감원 투쟁속보」 「노조 뉴스속보」 등에 통합의 부당성을 조리있게 설명하고 최근엔 「각국의 금융개혁 현황과 감독체계의 합리적 발전방향」이라는 방대한 분량의 책자까지 만들었다. 서울대 법대 출신이어서 여기저기서 자료를 끌어모으긴 유리하다. 『곳곳에 친구들이 많아요. 금융개혁 진통의 당사자도 많고요. 거의 매일 전화로 요즘 사태에 대해 정보를 교환합니다. 가끔은 싸우기도 하고요』 그래서 가슴이 아프단다. 더 가슴 아픈 일은 고향의 칠순 부모님이 수화기 너머로 『괜찮냐』고만 물으시는거다. 집안 식구들에게도 미안한 마음뿐이다. 처음 해보는 철야농성에도 사나흘에 한번씩은 참석하고 일과시간 이후 정부안에 대한 대응논리를 만들다보면 자정을 넘기기 일쑤. 집에 들어가면 두 아들(5세, 2세)의 잠자는 모습밖에 볼 수 없다. 『아내는 말수가 점점 줄어들고 큰 애는 일기장에 「아빠 얼굴이 가물가물하다」고 쓸 정도지요. 지난 일요일엔 품에 안겨 떨어지지 않으려는 큰 아들과 함께 출근하기도 했어요』 감독기관 통합에 반대하는 주장이 외부인들에게 「밥그릇 싸움」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지적에 그는 『물론 그렇다』고 인정한다. 그러나 이 점이 부각됨으로써 개혁안 자체에 대한 평가가 뒷전으로 밀리는 것이 그는 안타깝다. 『증감원 일은 워낙 전문적이어서 통합 금융감독원에서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요. 금융감독원의 부작용으로 관치(官治)금융 심화, 인원감축을 이야기하지만 그건 그 다음 문제지요』 금융개혁안 국회통과 저지에 대한 그의 전망은 희망적이다. 『통합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경제단체나 학자들까지도 통합안을 비판하고 있지 않습니까. 침묵하는 다수의 국민들도 같은 생각을 할 것이라고 믿어요』 〈정경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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