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캠페인/운전 재교육]독일,나쁜습관 철저히 도려낸다

  • 입력 1997년 6월 17일 07시 54분


독일의 교통법규 위반자 재교육은 그 내용이나 과정이 「정신질환자 치료교육」을 연상케 한다. 운전자가 교통법규를 자주 위반하는 것은 뭔가 정신적인 결함이 있다는 전제하에 재교육을 하기 때문이다. 프랑크푸르트에서 운전학원을 운영하면서 법규위반자 교육과정을 개설하고 있는 류프케(61)는 『법규위반자 교육은 자신의 결함을 스스로 깨닫고 고치도록 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독일에서는 2년동안 받은 벌점이 18점을 넘기면 면허를 뺏긴다. 법규위반으로 면허를 뺏긴 뒤 재발급을 받으려면 일반면허시험보다 훨씬 어려운 시험을 통과해야할 뿐 아니라 심리학자에게 심리테스트까지 받아야하는 등 보통 까다로운 게 아니다. 이때문에 벌점이 14∼17점에 이르면 교육을 받고 그 결과에 따라 벌점을 최대 4점까지 낮출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벌점을 낮춰주는 대신 교육은 강도 높게 진행된다. 기본적으로 1백35분씩 네번의 이론교육과 30분간의 운전실습을 거쳐야 한다. 도중에 한번이라도 빠지는 것은 물론 지각이라도 하게 되면 교육기회를 잃는다. 류프케는 『한번은 중견검사(檢事)가 지각을 하고 변명을 해 그만두게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법규위반자들은 3명을 한조로 9명 또는 12명이 한반을 이룬다. 수강생이 많으면 교육효과가 없기 때문에 한반의 인원은 12명을 넘기지 않는다. 먼저 교통사고가 얼마나 쉽게 자주 발생하고 교통법규 위반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가르친다. 「어린이 교통사고의 99%가 피해자 실수가 아닌 운전자 실수로 발생한 것이다」. 「자동차가 시속 30㎞(주택가 제한속도)로 달려도 1초에 9m를 가기 때문에 결코 느린 속도가 아니다」. 「시속 50㎞로 달리면 제동거리가 25m 필요하지만 70㎞로 달리면 49m가 필요하다」. 「브레이크 잠김방지 시스템(ABS)를 장착하면 제동거리가 오히려 길어질 수도 있다」. 이같은 강의를 통해 교통법규 준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면 잘못된 운전습관을 자각하게 하는 과정이 이어진다. 「운이 없어서」 단속에 걸렸다고 생각하는 운전자들이 사실은 평소 얼마나 습관적으로 법규위반을 많이 하는지를 스스로 깨닫도록 한다. 이를 위해 한 반의 9∼12명을 모두 차 한대에 태워 1명당 30분씩 시내운전을 하게 한다. 그다음 각자에게 운전도중 교통법규를 몇차례나 위반했는지 묻는다. 『대부분은 「전혀 위반하지 않았다」고 응답합니다. 그러나 동승했던 반원들에게 법규위반 사항을 지적하도록 하면 1인당 적어도 서너가지는 나옵니다. 이쯤 되면 자신의 운전습관이 잘못됐다는 사실을 모두 시인하게 되지요』 이어 수강생들이 차례로 법규위반을 하게된 동기를 설명토록 한다. 발표자가 조금이라도 거짓말이나 자기변명을 하면 수강생들이 가차없이 비판을 하도록 유도한다. 토론이 벌어지는 중간에 「발표자가 과속으로 적발된 시기는 성능 좋은 새 차를 산 직후였다」라는 자료 등을 보여줌으로써 과시욕 등 그릇된 심리적 동기가 법규위반의 원인임을 발견하도록 돕는다. 류프케는 『운전자가 교육을 통해 자신의 운전습관과 의식이 잘못됐다는 점을 깨달아야 법규위반을 다시 하지 않게 된다』며 『법규 위반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지 않는 일방적인 교육은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프랑크푸르트〓천광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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