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泳三(김영삼)대통령이 3일 금융개혁위원회의 개혁방안을 보고받으면서 금개위원들에게 말한 내용을 놓고 재정경제원과 한국은행이 각각 유리한 쪽으로 속뜻을 달리 풀이하고 있다. 가장 관건이 되는 것은 김대통령이 『금개위안을 바탕으로 개혁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대목.
재경원은 『금개위안의 취지를 받아들이되 구체적인 실천방안은 정부가 마련하라는 뜻』이라고 해석한 반면 한은은 『금개위 안이 바람직하고 충실하므로 금개위안을 주축으로 법안을 만들라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대통령의 언급은 양쪽이 풀이하는 어느 쪽으로도 해석할 여지가 있어 앞으로 재경원의 법안마련 과정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대통령은 또 『금개위가 보고하기도 전에 벌써 관계기관 간 첨예한 의견차이가 있다는 보도를 안다』면서 『오래 끈 중요과제에 대한 결론을 더이상 미룰 수 없어 국가적 차원의 결단을 내려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 대목도 재경원은 한은에서 감독기능을 분리하라는 뜻으로 여기는 반면 한은은 중앙은행을 독립시키고 통화정책을 중립적으로 수행하라는 말로 해석.
또 『통합되는 감독기구는 감독대상기관에 불필요한 부담을 주지말라』는 대통령의 말도 재경원은 「금융감독위원회와 한은이 중복감사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받아들였고 한은은 「한은을 포함한 감독기관이 검사시기와 내용을 조정해 효율적으로 감독하라」는 뜻이라고 주장.
한편 『중앙은행제도와 금융감독체계의 개편은 선진국의 대세에 따라야 한다』는 대통령의 말에 대해서도 해석이 전혀 다르다. 재경원은 『대통령이 언급한 프랑스 뉴질랜드 일본 영국 등에선 대부분 은행감독업무를 중앙은행에서 분리중이므로 한은에서 은감원을 완전히 떼내라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한은은 『최근 10년사이 금융개혁을 단행한 선진국은 대다수가 중앙은행의 감독기능을 강화하고 있어 그 반대의 뜻』이라고 맞불을 놓고 있다.
〈윤희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