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수필]이길자/흐뭇한 농촌견학

  • 입력 1997년 6월 2일 08시 56분


농촌견학을 가는 날이었다. 지난밤 비를 맞은 탓인지 나무들이 신록의 푸르름을 한껏 토하고 있었다. 하늘도 너무나 맑았다. 햇살이 눈부신 넓은 하늘 한 곳에 낮달이라도 보일 것 같이 상쾌했다. 가벼운 옷차림으로 약속 장소인 청주 공설운동장으로 나갔다. 매월 첫째 셋째 목요일은 청원군청 주관으로 주부들이 농촌견학을 가는 날이다. 인원은 선착순 40명. 농촌에서 자라 농사짓는 법도 웬만큼 알고 있는 터라 큰 설렘이나 기대감은 별로 없었다. 첫 방문지인 북일면 비중리. 오이와 방울토마토 재배 단지를 견학했다. 약 30m나 되는 덩굴을 타고 탐스럽게 달려있는 오이들이 싱싱했다. 방울토마토의 진홍빛 자태에 주부들은 하나같이 환호하며 신기한 듯 들여다보고 있었다. 질문도 많이 하고 필기도 열심히 하는 모습들이 진지했다. 방울토마토는 식사후 후식으로 일품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우리 몸속의 장에 남아있는 음식찌꺼기를 깨끗이 청소해주고 또한 위장병에 탁월한 효과도 있다고 한다. 오후엔 미원면 문암리로 갔다. 오이를 수경재배하는 곳이었다. 즉 흙으로 재배하지 않고 물로 재배를 한다. 흙으로 재배하는 것과는 달리 시간과 물량을 기계가 자동으로 조절하고 있었다. 육안으로는 별 차이가 없어보이지만 오이를 먹어보니 단맛과 질이 단단한 것이 특징이었다. 넓은 하우스 단지에서 열심히 일하는 젊은 농촌후계자를 보며 많은 걸 생각하게 했다. 우리 농산물을 더 많이 이용해야겠다. 많은 젊은이들이 농촌을 떠났지만 그래도 농촌에 남아 흙을 사랑하고 고향을 지키는 농촌 사람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넓은 들에서 한창 모내기하는 풍경도 아름다웠다. 모처럼 집을 나선 주부들에게 많은 지식과 농사의 소중함을 깨닫게 한 흐뭇하고 값진 하루였다. 이길자(충북 청주시 우암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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