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396)

  • 입력 1997년 5월 29일 07시 57분


제8화 신바드의 모험〈49〉 후추를 따던 사람들은 내가 잠을 좀 잘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나는 저녁 때가 되어 그들이 나를 흔들어 깨울 때까지 죽은 듯이 잤습니다. 내가 잠에서 깨어나자 그들은 나를 배에 태웠습니다. 그들이 사는 섬으로 나를 데리고 가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리고 이튿날 아침에는 나를 그들의 국왕 앞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왕은 대단히 인자한 분이었습니다. 그는 나의 인사를 받으며 극히 정중하게 환대한 다음 나의 신세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하셨습니다. 그리하여 나는 바그다드를 떠난 다음 풍랑을 만나 배를 잃고 표류하였던 이야기며, 야만인들에게 붙잡혀 모든 동료들을 잃어버리게 된 이야기를 소상히 이야기하였습니다. 왕과 신하들은 내 이야기를 듣고 몹시 놀랐습니다. 왕은 나에게 가까이 오라고 분부하고 식탁을 준비하도록 신하들에게 일렀습니다. 그리하여 나는 모처럼 진수성찬으로 배를 채울 수 있었습니다. 식사가 끝나고 손을 씻은 뒤 나는 전능하신 알라를 칭송하며 그 은총에 감사한 다음 왕의 궁전을 물러났습니다. 그리고는 도성을 구경하며 돌아다녔습니다. 그 나라는 비록 크지는 않지만 몹시 부유하고 주민들도 많았습니다. 저잣거리에는 식량이며 상품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고, 사는 사람 파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남자들은 부지런하고 여자들은 하나같이 아름다웠습니다. 그들은 또 몹시 순박하고 인정이 많아 타국에서 온 나를 환대해주었습니다. 나는 뜻하지 않게도 이처럼 행복한 고장에 오게 된 것을 진심으로 기뻐하며 지칠줄 모르고 구경하였습니다. 또 사람들과도 사귀게 되었으니 오래지 않아 나는 왕국의 어떤 명사보다도 거리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임금님으로부터는 은혜를 받는 몸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나는 그 나라에서 좀 이상한 풍속 하나를 발견하였습니다. 그것은 상하귀천을 막론하고 모든 사람들이 안장이나 마구같은 것을 얹지 않은 채 값비싼 순종 준마들을 타고 다닌다는 것이었습니다. 안장도 마구도 갖추어져 있지 않은 말을 타고 다니는 모습들이란 매우 위태로워 보였습니다. 그것을 의아히 여긴 나는 어느날 임금님께 여쭈어보았습니다. 『충성된 자의 임금님이시여! 어찌하여 이 나라에는 모든 사람들이 안장이 없이 말을 타고 다닙니까? 안장을 얹으면 훨씬 편하고 안전할 뿐 아니라 말을 더 빨리 달릴 수도 있는데 말입니다』 내가 이렇게 말하자 왕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되물었습니다. 『안장이라고? 그게 대체 무엇이냐? 나는 세상에 태어난 후로 여태껏 그런 것에 대하여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다』 『오! 안장에 대하여 들어보신 적도 없다고요? 임금님께서 허락해주신다면 안장을 하나 만들어 보겠습니다. 한번 타 보시고 얼마나 편안한지 시험해보십시오』 『그래, 그게 무엇인지 한번 만들어보도록 하라』 안장을 만들어보기로 약속한 나는 우선 적절한 재목을 얻기 위해 산으로 올라갔습니다. 산에는 온갖 나무들이 많았기 때문에 얼마든지 안장감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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