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씀씀이가 얼마나 헤픈지는 우리 스스로가 잘 알고 있다. 흥청망청 써대는 높은 소비성향이 한국적 「고질병」이 아니냐는 자탄도 없지 않았다. 한국인들의 자기 현시적 과소비풍조는 70년대 개발과정과 80년대 부동산붐을 타고 엄청난 불로소득을 챙긴 졸부들로부터 비롯됐다. 90년대는 이같은 소비풍조가 중산층으로까지 확산됐다. 소득은 개도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으면서도 소비성향은 선진국을 뛰어 넘었다
▼91∼95년 5개년간 우리나라 가계소비지출 증가율은 연평균 13.6%로 일본의 1.1%에 비해 무려 12배나 높았다. 지난해 소비지출 증가율도 13.5%였다. GNP 성장률은 물론 소득증가율을 크게 웃도는 두자릿수 행진이 극심한 불황속에서도 계속 이어졌다. 소비구조면에서도 자가용 고급화에 따른 차량 구입비와 유지비 그리고 외식비 유흥오락비 등 선택적 소비지출 증가율이 두드러졌다
▼장기불황을 이겨내는 묘책이 있을 수 없다. 씀씀이를 줄이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다. 올 1.4분기 도시근로자가구의 소비지출 증가율이 5.2%에 그쳐 12년만에 최저수준을 나타낸 것은 바로 그같은 인식을 반영한 것이다. 이는 불황의 어두운 그림자가 가계에도 짙게 드리워져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만큼 씀씀이가 알뜰해졌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1.4분기 소비지출동향 중 가장 두드러진 것은 먹고 마시고 즐기기 위해 들이는 비용이 크게 줄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과외비 등을 포함한 교육비 증가율은 여전히 높고 가계지출에서 차지하는 구성비도 더욱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아기 보육료를 포함한 가사서비스 지출도 급증했다. 어려운 살림을 돕기위해 맞벌이 부부가 크게 늘어난 탓이다. 경기가 좋든 나쁘든 관계없이 근검절약하는 건전한 소비풍토가 정착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