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신한국당 경선 공정하려면

  • 입력 1997년 5월 20일 20시 36분


신한국당이 당대표 사퇴문제를 둘러싸고 심각한 내분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선후보 경선에 나선 당내 비주류 주자들은 공정한 경선을 위해 李會昌(이회창)대표가 대표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으나 이대표측은 수용불가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보기에는 이대표가 대선후보 경선에 나설 생각이라면 대표직을, 그것도 가급적 빨리 사퇴하는 것이 옳다. 경선의 생명은 공정성이다. 누구나 공정한 여건과 균등한 기회를 갖고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 당원의 선택을 받는 것이 민주주의 경선의 요체다. 과거 집권당은 위로부터의 낙점에 따라 공직후보가 결정됐으나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된 경선을 해야 한다. 그래야 대선에서도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 지금 이대표가 대표자리를 고수하려는 것은 따지고 보면 결국 당내경선에서의 프리미엄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당대표직을 그대로 유지한 채 경선에 나선다는 것은 페어플레이 정신에 맞지 않다. 그것은 공정하지도 않고 정정당당한 자세라고 보기도 어렵다. 이대표가 결단을 내려야 할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대표 진영 스스로도 이미 李洪九(이홍구)전대표 후임자 물색 당시 『새대표는 경선을 공정하게 관리해야 하므로 후보경선에 출마하지 말아야 한다』며 경선주자와 당대표 분리론을 주장 한 적이 있다. 대선후보 경선에 나설 사람의 당대표 겸직문제로 한창 시끄러웠던 그때도 분리론은 당내대세였다. 그럼에도 이대표측에서는 이제와서 대표지명과 선출이 당총재 및 전국위원회의 고유권한이라며 대표직 사퇴 요구는 당의 단합을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이대표 진영은 경선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대선후보 등록이 끝난 직후 대표직무정지체제로 들어갈 것을 검토중이라는 말도 들린다. 그러나 누가 보아도 이런 논리와 구상은 설득력이 없다. 이대표가 진실로 당의 단합과 공정경선을 염두에 둔다면 당대표직이 갖는 프리미엄에 집착해서는 안된다. 과감하게 그 자리를 내놓고 다른 주자들과 동등한 여건에서 당당하게 겨룰 생각을 해야 한다. 그것이 순리다. 지금은 한보와 현철씨 비리사태를 하루빨리 매듭짓고 이 숨막히는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런데도 한보터널을 가까스로 벗어나려는 마당에 다른 곳도 아닌 집권여당에서 대표직 사퇴문제를 놓고 『하라』 『말라』로 편이 갈려 집안싸움만 하고 있으니 한심하다. 신한국당이 7월이든 8월이든 전당대회가 열릴 때까지 이 문제로 진흙탕 싸움만 한다면 국정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집권당이 내분격화로 혼미상태면 국정은 표류하고 민심은 계속 흔들릴 수밖에 없다. 당대표 사퇴문제를 둘러싼 집권당의 소모전은 하루빨리 끝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대표가 대표직에 연연하지 말아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