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정선화/은행,소액대출신청에 『적금깨라』핀잔

  • 입력 1997년 5월 7일 08시 43분


몇달째 남편의 수입이 없으니 요즘 수중에 지폐 한장 남아있을 날이 없다. 아이들 돼지 저금통을 깨서 살림을 해야 하는 궁핍함에서 도망이라도 치고픈 마음이다. 개인연금신탁(월1만원씩 4년불입)통장이 있으면 1백만원까지 대출된다는 얘기를 듣고 은행에 갔다. 공과금과 생활비 등에 쪼들리는 실정에 1백만원은 있는 사람의 1억원보다 더 큰 액수다. 안면이 있는 은행 대리에게 통장을 내보이면서 1백만원 대출을 부탁했다. 대리는 「그렇게 돈이 없느냐」는 표정으로 한동안 쳐다보더니 『해약하지 그래요』한다. 대출되면 몇달만 쓰고 생기는 대로 갚을 계획이었는데 너무 서운했다. 아무리 적은 액수라도 적금으론 유일한 것이라 해약하기엔 아까웠다. 아쉽고 힘없는 쪽은 내 쪽이라 마음에 없는 웃음을 지으며 좀 부탁한다고 했더니 김제 통장이니 그쪽으로 가라고 했다. 속이 훤히 들여다보였다. 4년전 함께 통장을 만들었던 K라는 이웃사람이 생각나서 『K씨에게는 바로 대출해 주셨잖아요』했더니 그 말에 무안했던지 『1백만원 같은 걸로 나에게 말하지 마쇼』하면서 부하직원에게 통장을 넘겼다. 형편없이 무너지는 자존심에 하마터면 눈물이 쏟아질 뻔했다. 어려운 일을 한두번 당했나 하고 꾹 참으며 서류를 작성하는 행원의 뒷머리만 쳐다보고 있노라니 가슴이 막혀왔다. 1백만원 빌리기가 이토록 어려운 현실이 밉기만 하다. 정선화(전북 전주시 완산구 삼천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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