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375)

  • 입력 1997년 5월 7일 08시 43분


제8화 신바드의 모험 〈28〉 나는 더없이 처참한 꼴을 해가지고 골짜기를 따라 어디랄 것도 없이 걸어갔습니다. 그런데 그때, 내 발 밑의 돌들이 햇빛을 받아 눈부시게 빛나고 있다는 것을 나는 발견하였습니다. 처음에 나는 그 예사롭지 않게 빛나는 돌들을 눈여겨보지도 않았습니다. 배고픔과 불면 공포에 사로잡혀 있던 나에게 그런 것이 눈에 띌 리가 있겠습니까? 어느 정도 정신이 들었을 때에야 나는 그 아름답게 빛나는 돌들이 모두 다이아몬드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내가 와 있는 그 계곡의 바닥에는 온통 다이아몬드들이 지천으로 널려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나는 그것들 중 몇 개를 주워 이리저리 살펴보았습니다. 바그다드의 보석상에 가지고 간다면 그 중 하나만 팔아도 평생을 먹고 살 수 있을 최상급의 물건들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아무리 값비싼 보석이라 할지라도 내가 이 골짜기를 살아서 나가지 못할 바에야 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하는 생각에 나는 절로 한숨이 터져나왔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습니다. 저만치 내 앞에 죽은 짐승 하나가 뚝 떨어져 내리는 게 아니겠습니까? 나는 깜짝 놀라며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만 사람이라곤 그림자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나는 몹시 괴이쩍게 여기며 가까이 다가가 보았습니다. 그것은 가죽을 벗기고 살을 잘게 저민 양이었습니다. 게다가 고기는 방금 잡은 듯이 싱싱하고 피가 묻어 끈적거리고 있었습니다. 처음에 나는 굶주린 내 배를 채우라고 알라께서 내려주신 거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봐도 이렇게 해괴한 양식을 알라께서 내리셨다고 생각할 수는 없는 일이었습니다. 게다가 그때 또 다른 고깃덩어리 하나가 저만치 다른 곳에 뚝 떨어져 내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에는 또 다른 고깃덩어리 하나가 떨어져 내렸습니다. 그때서야 나는 저 산 꼭대기에서 누군가가 이 골짜기로 그것들을 던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거기 누가 있소?』 나는 산꼭대기를 향하여 소리쳤습니다. 그러나 설령 누가 있다할지라도 내가 서 있는 계곡 밑바닥에서부터 산꼭대기까지는 너무나 거리가 멀어서 내 목소리가 들릴 리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때였습니다. 커다란 독수리 한마리가 날아오더니 고깃덩어리 하나를 잽싸게 움켜잡고는 휑하니 산꼭대기를 향하여 날아가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걸 보자 나는 문득 옛날에 순례자나 길손들한테서 들었던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그 이야기란, 다이아몬드가 있는 계곡은 너무나 험준하고 위험하여 아무도 그 밑으로 내려갈 수 없을뿐 아니라 일단 한번 내려갔다하면 다시는 올라올 수가 없기 때문에 흔히 상인들은 어떤 꾀를 써서 그것을 채취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들은 양을 잡아 껍질을 벗기고 잘게 살을 저며서 골짜기 밑으로 던져둔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그 끈적끈적한 고깃덩어리에는 다이아몬드들이 달라붙게 되는데, 그런 고깃덩어리를 독수리나 매가 움켜잡고는 산꼭대기로 날아간다는 것입니다. 그때 사람들이 나타나 고함을 지르면 새는 깜짝 놀라 먹이를 버려둔 채 달아나버린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사람들은 고기에 붙은 보석들을 떼어 가진다는 것입니다. 이런 수단을 써서 겨우 그 보석을 채취한다는 것이 내가 들은 이야기였습니다. <글:안진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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