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1997년 5월 5일 10시 13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서울 마포구 아현동에서 음반가게를 운영하는 김모씨(39)는 매주 한 번꼴로 초등학교 2학년생인 딸 다솔이의 담임교사에게 편지를 쓴다.
딸아이편으로 편지를 전할 때는 클래식 CD 한 개씩을 함께 보내는 것도 잊지 않는다.
김씨는 지난 3월초 부인(34)의 성화에 못이겨 학교로 담임교사를 찾아갔다. 그때 담임교사를 방문하거나 교사에게 편지를 쓰는 아버지가 적지 않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대부분 젊은 여성인 교사들도 어머니보다 아버지의 방문이나 편지를 좋아한다는 얘기도 들었다. 그 뒤로는 매주 한번 담임교사에게 편지를 쓰고 두 달에 한 번은 학교를 방문하고 있다.
아이의 학교 교육을 엄마가 도맡아 관리하던 시대가 퇴조하고 아버지도 학교교육에 참여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아버지들은 아이를 위해 학급의 「명예 교사」를 자청하거나 학급에 행사가 있는 날이면 캠코더로 촬영을 해주기도 한다. 학급 단위로 만드는 가족신문에 글을 보내는 아버지도 적지 않다. 소풍행사에 따라가는 아버지도 늘고 있다.
아버지들은 개인적으로 교사를 만날 뿐 아니라 학교를 위한 활동을 하기도 한다. 육성회 대신 생긴 학부모회에도 아버지들의 진출이 두드러진다. 서울의 경기와 추계초등학교 등에서는 남성이 학부모회의 회장 부회장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과거의 육성회가 어머니 위주로 운영되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 일부 초등학교의 아버지들은 「아버지 학부모 모임」 「아버지회」같은 모임을 만들어 운영중이다. 이들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모여 자녀 교육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거나 학교에 건의할 사항을 토의한다. 일부 아버지들은 모임을 통해 「술친구」가 되기도 한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직업 분포가 다양해지면서 낮에 학교에 올 수 있는 아버지들이 많아진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학교에 오는 아버지의 대부분이 자영업자나 프리랜서처럼 비교적 자유롭게 시간을 낼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 그러나 일부에서는 어머니들의 사회활동이 점차 늘어 자녀 교육에만 매달릴 수 없게 된 것이 아버지도 학교에 가게 만든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서울시교육청 구남웅장학사는 『아버지가 자녀의 교육 환경을 알도록 교육계가 꾸준히 노력한 결과』라면서 『어머니에게 떠넘기다시피 했던 자녀교육에 대해 아버지가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교육적으로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성주·이나연 기자〉
구독
구독
구독